둘이 걷는 길
네 손을 잡고 걷던 밤
복사꽃이 어둠을 밝혔어
너의 미소에 취해
길을 잃은 사슴처럼
원점에서 주저앉았어
뜨거워서 견딜 수 없었어
너의 오랜 침묵 때문에
언어는 실종되고
상형화된 문자로
사랑의 징검다리를 건넜어
바람보다 무거웠어
안개보다 더 짙었던
너의 독백이 강을 따라오면
우리 슬픈 인연이 붉어지는 거야
달빛에 젖어도 상처는 아물지 않아
별을 보고 울어도 흔적은 남는 거야
네가 강을 건너도
내가 산을 넘어도
헤어짐의 저편에는
또 다른 만남이 있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