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운명 (32)
문학이나 예술은 고등학교 때 배운 것이 전부다. 그림도 취미가 없고, 음악도 대중가요를 따라 부르는 정도다. 쇼팽의 피아노소나타나 클래식에는 전혀 아는 바가 없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 걸핏하면 밖에서 사람들과 어울려 아무 실속도 없는 모임에 가서 술이나 실컷 퍼마시고 취해서 들어오기 일쑤다.
어떤 때는 집에서 부인이 애써 저녁 준비를 해놓았는데, 아무 연락도 없이 늦게 들어온다. 심지어는 술에 취해 정신을 잃었다면서 밖에서 잠을 자고 새벽에 들어오기도 한다.
술을 마시고 집에 오면 가운도 안 입고, 그냥 런닝 팬티 바람으로 돌아다닌다. 어린 자녀들이 보기에 민망할 정도다. 이것을 따지면, 집에서 편하게 있는데 무슨 상관이냐고 강변을 한다. 아무리 부부 사이지만, 이렇게 처신을 해서는 남편으로서의 품위도 없고 무게도 없다. 여자는 점점 실망만 커진다.
주말에는 거실 쇼파에 비스듬히 누워 야구중계나 바둑대국을 보는 것으로 시간을 보낸다. 부인이나 자녀들과는 거의 대화가 없다. 집안의 제사 날짜나 물어보는 정도다. 남편이 부모나 형제에 대한 흉이나 보고 직장 상사의 단점이나 부인에게 털어놓고 산다.
주식 투자를 조금 했다가 하종가를 치게 되면 세상이 곧 망할 것처럼 호들갑을 떤다. 남에게 무척 인색하고 오직 돈밖에 모르는 성격이다. 남자 친구와의 사이에도 별로 의리도 없어 보이고, 매우 이기적인 것처럼 보인다.
적십자비를 내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그 어떤 곳에서 사회봉사활동을 하거나 기부를 하는 것은 결혼한 이래 본 적이 없다. 결혼 전에는 늘상 불쌍한 사람 걱정을 하고, 심지어 아프리카 사는 딱한 사정 때문에 눈물도 글썽이던 사람이 결혼한 다음에는 너무 다른 본색을 드러내는 것이다.
도대체 여자가 볼 때 무엇 때문에 살아가는지 알 수 없다. 그런데 부인이 혼자 집에서 TV 드라마를 보면 다른 남자들은 전혀 다르다. 의젓하고 품위 있고, 고상하다. 여자를 진정으로 사랑해서 애정 표현을 끊임 없이 한다. 매사에 진지하고, 여자들이 좋아하게끔 인간적이고 순수하게 말을 하고 행동한다.
그런데 그런 탤런트들과 비교해 보면, 자신의 남편은 정말 형편 없는 속물 중의 속물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도대체 이런 남자와 어떻게 앞으로 남은 긴 인생을 같이 살 수 있을까 하는 회의가 든다.
그러나 이런 남자들은 결국 자신의 책임 때문에 집에서는 재미를 느끼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밖에 나가서 다른 여자를 만나면 신바람이 나서 난리를 치는 것이다. 무척 안타까운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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