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4. 대학교 앞에서 커피숍을 차려 인기를 끌다

 

그런 사람들에 비해서 맹 교수 어머니는 비록 유학은 가지 못했지만, 국내 순수한 독학파로서 교양도 높았고, 문학에도 상당히 조예가 깊었다.

 

영어는 잘 못했지만, 간단한 일상의 용어는 중국어, 일본어, 베트남어를 익혀서 혼자 아시아 여행도 다닐 정도가 되었다. 그래도 혼자서 하는 배낭여행은 절대로 하지 않았다. 언제나 단체관광코스를 택했다. 그것은 자신의 미모 때문에 혹시 외국 여행을 갔을 때 그곳 성범죄자들이 한국에서 온 미스코리아 진으로 잘못 보고 납치를 해서 결혼식을 올리거나 아니면 강제로 끌고 가서 강간하고 바다에 던져질 위험성을 크게 의식했기 때문이었다.

 

맹 교수 어머니가 커피숍을 경영하고 있어서 그랬는지, 그녀를 좋아하는 대학 교수가 적지 않았다. 이들은 강의가 끝나면 커피숍에 와서 서너시간씩 혼자 앉아 책을 보면서 시간을 보내곤 했다.

 

실상은 책을 보는 것이 아니라, 커피숍 주인인 맹 교수 어머니를 지켜보거나 감상하는 것이었다. 어떤 사람은 다른 남자와 친하게 지내는지 감시하고 있었다. 이런 교수들은 공연히 헛물을 켜고 있는 것이었다.

 

맹 교수 어머니 입장에서는 손님으로 와서 차를 마셨으면 빨리 나가줘야 다른 손님들이 와서 매출이 느는데, 나이 든 교수들이 커피 한 잔 시켜놓고 오래 앉아 있으면 매출이 오르지 않을 뿐 아니라, 커피숍 분위기가 혼탁해져서 젊은 대학생들이 들어왔다가 기분 나쁜 표정을 짓고 바로 나가기 때문이었다.

 

어떤 대학생은 커피숍 분위기 때문에 중증 고혈압 환자처럼 현기증을 느끼고, 계단을 시속 100미터로 거북이처럼 기어나가기도 했다. 여학생회에서는 대학교 앞에서 커피숍을 하려면 분위기를 젊고 세련되게 하고 영업을 해야지, 늙고 병든 닭장처럼 분위기를 만들고 학교의 명예에 손상이 간다는 이유로 맹 교수 어머니 커피숍을 폐쇄시켜 달라는 청원서를 만들어 학생들이 500명 서명을 받아 대학교 총장에게 보내기도 했다.

 

대학교 총장은 이런 청원서를 보고 직접 맹 교수 어머니 커피숍을 둘러보았으나, 맹 교수 어머니가 너무 지적인 외모에 차분한 말씨, 소프라노 같은 음성을 소유하고 있는 것을 보고, 학생들이 너무 과격해서 잘못 청원을 한 것이라고 단정하고 청원서를 묵살해버렸다.

 

젊은 대학생들 관점에서 보면, 50살 넘은 아주머니를 뭐가 좋다고 몇 시간씩이나 옆에서 보고 있느냐고 하겠지만, 그래도 나이 든 남자와 여자 사이에는 묘한 감정의 기류, 전기가 통하는 모양이었다.

 

처음 1년 동안은 전혀 움직여지지 않았던 맹 교수 어머니, 서옥자도 시간이 가면서 서서히 움직여갔다. 특히 대학 교수라는 추상적인 관념의 이미지에 이끌린 것 같이 보였다. 그녀는 마침내 자신보다 열 살이나 더 많은 늙은 교수의 품에 안겼다.

 

옥자가 사랑하게 된 교수는 강철민이었다. 대학에서 경영학을 강의하고 있었다. 그는 미국에서 오래 있다가 한국에 와서 한 동안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가 마침내 지방 도시에서 교수가 되었다. 워낙 소신이 강하고, 자기 주장이 강해서 학교 재단 측과 싸움이 끊이지 않았다.

 

강 교수가 살아온 과거를 보면, 그는 어려운 환경에서 열심히 해서 대학교를 졸업했는데 유학갈 돈은 없는 처지였다. 외국에 나가 더 공부를 하고 싶어 고민을 하고 있을 때, 어느 부잣잡 외동딸이 나타났다.

 

그녀는 공부를 워낙 싫어해서 고등학교때부터 늘 꼴찌를 맡아놓은 주인공이었다. 그녀는 공부가 뱀보다 더 싫었다. 교실에 앉아서 수업을 듣느니, 차라리 뱀사육장에 같이 들어가 있는 것이 나았다.

 

그러다가 우연히 강철민을 만나서 사랑에 빠지게 되었는데, 공부 잘하는 머리 좋은 강 교수에게 모든 것을 바치게 되었다. 그 집에서는 강철민을 사위 삼고 많은 돈을 들여 젊은 부부를 미국으로 보냈다.

 

강철민은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난 다음부터는 자기 부인을 인격적으로 무시하기 시작했다. ‘어떻게 저렇게 머리가 나쁠 수 있을까? 아마 침팬지 DNA가 들어간 모양이야. 공부를 안 한 것과 머리가 기본적으로 나쁜 것은 전혀 다른 문제야. 운동을 하지 않는 것과 운동신경이 나쁜 것은 본질적으로 차이가 있는 거야.’ 철민은 시간이 가면서 이런 의식이 강해졌다. 그런 상태에서 부인을 보면, 사람 같지 않고, 꼭 지능지수가 부족해서 제대로 먹이를 못찾아먹는 침판지 같이 보였다.

 

강 교수는 일부러 부인 앞에서 영어나 독일어로 된 원서를 읽었다. 성경도 한글 성경은 시시하다고 보지 않고, 독일어로 된 성경이나 라틴어로 된 성경원본을 놓고 앉아서 독일어나 라틴어로 기도했다. 다른 사람이 들으면 꼭 방언을 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래서 독일 사람을 만나도 인사말만 독일어로 몇 마디 하고, 나머지는 영어로 하거나 한국말로 했다. 사실 독일어로 기도하는 것도 부인이 옆에 있을 때만 몇 마디 하다가, 부인이 부엌으로 과일을 가지러 가면 곧 멈추고 한국말로 중얼거렸다.

 

강 교수는 부인 앞에서는 음악도 클래식을 들었다. 아니면 오래 된 옛날 팝송을 들었다. 그 나이에 다른 사람들이 즐겨듣는 배호 노래나, 남진 노래는 수준이 낮아서 못듣는다면서 그런 트롯트 음악이 나오면 얼굴을 찡그리고, 곧 배가 기울어 물에 빠져 죽을 사람처럼 괴로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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