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운명 (29)
항상 남자와 여자 사이에는 이런 식의 차이가 존재한다. 두 사람이 똑 같은 생각과 느낌을 공유하는 것은 쉽지 않다. 대개 한 쪽에서 먼저 오바를 하게 된다. 상대방은 전혀 그렇지 않은데 혼자서 선을 넘어 좋은 감정을 갖게 되고, 혼자 고민하게 된다.
상대방과 자신의 환경이나 여건이 맞지 않고 어울리지 않는데도 혼자서 상대방과 자신이 잘 맞을 수 있고, 자신이 노력하면 상대방의 마음을 잡을 수 있다고 잘못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열심히 노력하면 처음에는 움직이지 않던 상대방의 마음을 잡을 수 있다.
그러나 그건 무척 어려운 일이고, 설사 그렇게 해서 어렵게 마음을 일시적으로 잡았다고 해서 영원히 갈 수 있겠느냐 하는 것이 또 문제다. 윤석은 혜경을 혼자 좋아하기 시작했다. 전혀 내색할 수 없었지만, 혜경을 만나는 시간이 기다려졌고, 혜경과 공부를 하는 시간이 너무 짧게 느껴졌다.
대개 혜경이 먼저 “벌써 9시가 넘었네요.”라는 말을 꺼냈다. 윤석은 예전과 달리 시계를 보지 않고 열심히 가르치다가 혜경의 말을 듣고 과외지도를 마무리지었다. 혼자 서울에 올라와서 힘든 대학 공부를 하고, 과외지도를 하는 입장에서 느껴지는 외로움과 고통이 혜경의 존재로 잊혀졌다.
거의 매일 쓰던 일기장에 혜경의 이름이 자주 올라가게 되었다. 혜경을 짝사랑하고 있었던 것이다. 혼자서 꿍꿍 앓고 있던 윤석을 누가 옆에서 도와줄 사람도 없었다. 그래서 그 병은 혼자서 깊어가고 있었다.
강물이 혼자 흘러가면서 점차 깊어져 나중에는 아주 깊은 바다의 심연으로 가듯이 윤석의 짝사랑도 시간이 가면서 북한강에서 한강을 거쳐 서해로 흘러들어가고 있었다.
윤석은 이런 자신의 모습에 대해 안타까워했다. 어려운 집안을 생각하면서, 빨리 의사가 되어 부모님들의 고생을 덜어드려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쓸데없는 여자 문제에 신경을 써서는 안 된다고 자신을 채찍질했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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