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운명 (27)
윤석이 대학교에 떨어져 재수를 하고 있을 때, 윤석 아버지는 빚을 내서 작은 건물 하나를 지었다. 땅은 70평 정도였는데, 그곳에 2층 건물을 짓고, 3층에는 방 두개를 만들었다. 그래서 윤석은 서울로 올라와 학원에 다니기 전까지는 아버지를 도와 건물을 짓는 일을 도와주었다.
건물이 완성되자 아버지는 1층과 2층은 모두 세를 주었다. 그리고 3층으로 가족 모두가 이사했다. 어렵게 지내다가 아버지 명의로 작은 건물을 짓고, 월세도 받게 되자 가족들은 한숨 돌리게 되었다.
의대에 들어가자 윤석은 새로운 세계에 눈을 떴다.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하고, 의술로써 인류의 건강을 지키고, 평생을 봉사하겠다고 마음 먹었다. 지방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에 올라와 대학교에 다니자 세상이 넓다는 것도 새삼스럽게 알게 되었다. 지금까지 우물 안 개구리로 살아왔다는 것을 알았다.
해부학과 같은 원서로 된 두꺼운 의학서적을 들고 다니면서, 갑자기 아주 중요한 학문을 하고 있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고등학교 다닐 때 문제집이나 풀고 외우며 시험준비를 하던 것과는 차원을 달리하는 것이었다.
학교 선생님들로부터 수업을 받다가 대학 교수님들로부터 강의를 듣는 것은 상당히 다른 기분이었다. 자유스럽고 낭만적인 대학교의 분위기에 젖어가면서 열심히 의과대학 예과 강의를 듣고 있었다.
지방에 계신 아버지와 어머니 생각을 하면 항상 마음이 뭉쿨했다. 열심히 공부해서 호강시켜 드려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어려워진 가정 형편 때문에 윤석은 서울에 올라와서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곧바로 과외지도를 했다.
의대 공부를 하랴, 과외지도를 하랴, 눈코 뜰 새 없었지만, 자신이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받아들였다. 부유한 환경의 다른 학생들이 여유롭게 생활하는 것을 별로 부러워하지도 않았다.
의과대학 공부는 정말 힘들었다. 갑자기 영어로 된 의학적 용어를 수없이 외워야했다. 더군다나 밖에서 보이지 않는 사람의 신체 내부에 어떤 조직이 있고, 혈관이 어떻게 흐르고, 각 기관이 어떻게 작동을 하는지 알아야 했다.
수많은 신체가 잘못되었을 때 어떤 증세가 나타나고 그에 대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파악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았다. 지금까지 밖에서 보이는 눈과 코, 귀, 손과 발 가슴 등만 피상적으로 보았던 윤석에게 안으로 들어가 신체를 정밀하게 해부하는 공부하는 것은 전혀 새로운 미지의 세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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