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운명 (25)
그때 은영은 유부남인 남자 친구에게 따졌다.
“아니, 나를 만나면서 또 다른 여자와 관계를 하고, 성병까지 옮겨요? 정말 나쁜 사람이네. 이제 더 이상 만나지 말아요.”
“무슨 소리야? 나는 다른 여자와 전혀 하지 않았어. 당신이 다른 곳에서 옮겨온 거지?”
그 남자는 오히려 은영에게 뒤집어씌우면서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고 나섰다. 그러면서 은영에게 바람이나 피는 여자라고 난리를 쳤다. 은영은 기가 막혔다. 그러나 누가 먼저 성병을 옮아가지고 상대에게 옮겼는지 의학적으로 증명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왜냐하면 은영에게는 조사권이나 수사권이 없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 일 이후 은영은 남자 친구와 관계를 할 때 콘돔을 사용했고, 가급적 성관계를 하지 않으려고 했다. 그리고 갑자기 두 사람 사이의 관계가 냉각되었고, 애정은 순식간에 사라져버렸다. 잘못했다가는 에이즈에 걸려서 치명적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정 사장이 갑자기 유부남 이야기를 꺼내는 바람에 은영은 갑자기 술에 취하고 싶었다. 은영은 정 사장에게 술을 계속 권하고, 자신도 정 사장이 따라주는대로 마셨다. 술에 취하면 사람들은 공연히 들뜬다. 그리고 이성을 잃는다. 은영의 눈에 정 사장이 나이 먹고 늙은 사람이 아니라, 별로 나이 차가 없는 건강한 남자, 멋이 있고, 능력이 있는 남자로 보였다. 그러면서 첫사랑의 남자 얼굴처럼 보이기도 하고, 요새 만나고 있는 유부남의 얼굴과 겹쳐보이기도 했다. 그러다가 문득 불쌍한 아버지, 어머니, 남동생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들은 내가 이렇게 흐뜨러지는 것을 원치 않을 것이다. 똑바로 행동하고, 나의 몸과 정신을 지키고, 열심히 직장생활을 하기를 바랄 것이다. 순간적으로 술이 깼다.
“사장님. 아무래도 안 되겠어요. 술이 취해서요. 이만 제방으로 갈게요. 사장님도 이제 술 그만 드시고, 편히 쉬세요.”
은영은 비틀거리면서 일어났다. 그러자 사장은 가지 말라고 하면서, 술에 취해 쇼파에 쓰러졌다. 은영은 그런 상황에서 그냥 나올 수가 없었다. 잠시 쇼파에 앉아 정신을 차리려고 애썼다.
그러면서 한편으로 사장이 불쌍해 보였다. 나이 든 사람이 회사를 경영하느라고 얼마나 힘이 들까? 스트레스도 많을 것이다. 그리고 저렇게 술에 취해 쓰러져 자면 속도 아플 테고, 불편할 것이다.
그래서 은영은 그대로 앉아있다가 사장을 깨워서 침대로 옮겨주려고 했다. 은영은 사장을 흔들어 깨웠다. 자신의 힘으로는 사장을 들어서 옮기는 것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사장은 술에 취한 상태에서 은영이 깨우니 겨우 눈을 뜨고 침대로 이동했다. 그런데 침대에 가서는 은영을 꼭 붙잡아 당기는 것이었다. 은영은 아차 싶었다. 뿌리치려고 했지만 사장의 힘이 너무 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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