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운명 (51)
민첩 아버지는 뱀탕을 먹을 때 여러 가지 주의사항을 철저하게 지켰다. 뱀탕을 먹을 때에는 여자관계도 삼갔다. 전문가 말로는 굳이 그럴 필요는 없다고 했는데도 민첩 아버지는 정력이 누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 특별한 노력을 했던 것이다.
그런데 막상 여자관계를 하지 않고 참으려고 했더니 더욱 생각이 간절한 것이었다. 그것은 더욱이 뱀탕을 먹는 이유가 여자관계를 잘 하기 위한 것이었기 때문에, 뱀탕을 먹을 때마다 오히려 여자 생각이 더욱 치솟아서 인내하기가 어려웠다.
뱀탕집 주인은 민첩 아버지에게 진짜 뱀을 끓여주는 것을 눈으로 직접 보게 해서 확인시켜주기도 했다. 살아있는 뱀을 망태기에서 꺼내서 물로 씻은 다음 솥에 넣는 장면부터 보여주었다.
뱀의 눈은 무서웠다. 모두 민첩 아버지를 노려보는 것이었다. 뱀들을 솥에 넣고 나중에 다 꾾인 다음 두껑을 열고 보여주는데, 뱀들이 모두 머리를 꼿꼿하게 쳐들고 죽어있었다. 저런 뱀을 뱃속에 집어넣으면 어떻게 될까 하는 두려움이 엄습했다.
하지만 민첩 아버지는 죽는 한이 있더라도 뱀탕을 끝까지 먹고 정력을 키워야할 시대적 사명감이 있었기 때문에 이내 담담해졌다. 아무튼 민첩 아버지는 이렇게 갖은 고생을 하면서 뱀탕을 먹었다.
그런데 처음에는 특별한 변화가 없었다. 뱀탕을 먹기 전이나 먹은 다음이나 아무런 차도가 없었다. 민첩 아버지는 뱀탕 주인에게 사기 당한 것으로 생각하고 가서 따졌다.
“아니, 사장님. 어째서 아무런 차이가 없습니까?”
“글쎄요, 정말 아주 좋은 물건만 사용했기 때문에 틀림없이 달라질 텐데요. 내가 30년 뱀을 취급하지만 선생 같은 분은 처음인데요. 병원에 가서 혹시 성기능에 이상이 있는지 정밀검사를 받아보면 어떨까요?”
“무슨 말씀입니까? 지금까지 애도 낳고 여자들하고 잘 하고 있었는데 성불구라니요?”
“내가 언제 성불구라고 했어? 도대체 이 사람이 왜 말도 안 되는 트집을 잡고 있어? 당신 생긴 게 잘 못하게 생겼구먼.”
뱀사장은 갑자기 흥분해서 반말이었다. 무엇 때문에 화가 났는지 민첩 아버지로서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
“아니. 내가 생긴 게 어째서 그래? 당신 가짜뱀 쓴 거 아냐?”
“가짜뱀이라니? 이 세상에 어떻게 뱀 모조품을 만들어? 당신 눈깔로 똑똑히 봤잖아? 살아있는 그 싱싱한 뱀들을 솥에 넣는 것과 나중에 끓인 다음 서있는 것도 봐놓고 그런 헛소리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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