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운명 (24)
정 사장은 은영에게 쇼파 맞은 편에 앉으라고 했다. 서류를 보면서 몇 가지 지시를 했다. 그러나 막상 지시하는 내용은 은영이 할 일도 아니었고, 모든 것은 다른 남자 직원들이 받아야 할 지시였다. 정 사장은 또 약을 먹기 위해서 물을 가져오라고 했다. 그냥 자신이 냉장고에서 생수를 꺼내 마시면 되는 것인데, 그것조차도 은영에게 시켰다. 해외에 나와서까지 은영을 여비서로 생각하고, 이런 저런 잔심부름을 시키는 것이었다.
은영은 아무 생각 없이 그냥 비서의 지위에서 하라는 대로 했다. 어쩔 수 없었다. 사장은 밖에서 사가지고 온 와인을 꺼내 은영과 함께 마시자고 앴다.
‘이럴 때 어떻게 해야지? 호텔방에서 둘이서 와인을 마시고 있으면 이상하지 않을까?’ ‘큰일이네. 같이 간 다른 남자 직원들이 알면 오해를 할 텐데.’
은영은 그러나 싫다는 말을 꺼낼 용기가 나지 않았다.
“자. 편하게 앉아서 술이나 마시자. 아무 걱정하지 말고. 그리고 회사에서 근무하면서 애로사항이 있으면 말해 봐. 내가 다 해결해 줄테니. 그리고 결혼은 언제 할 거지?”
“아직 결혼할 생각은 없어요. 회사 일이나 열심히 하려고요. 회사에서는 근무하는데 아무런 애로사항도 없고요. 사장님께서 잘 해주시니까 고맙습니다.”
“그래요. 요새 세상에는 결혼 빨리 하는 게 능사가 아냐. 여자도 사회생활을 해서 성공하는 게 중요하지. 괜히 능력 없는 남자 만나 고생만 하고, 애나 키우면 여자는 인생이 없는 거야.”
“예. 맞아요. 사장님. 저도 빨리 결혼할 생각은 없습니다.”
“그런데, 박 과장. 얼마 전에 누구한테서 들었는데, 박실장 애인이 유부남이라고 하는 소리를 들었어. 유부남은 만나지 않는 게 좋아. 잘못하면 망신을 당하고, 골치 아픈 게 유부남이야. 원하면 내가 좋은 데 중매를 할게.”
은영은 갑자기 망치로 뒤퉁수를 세게 맞은 것 같았다. ‘아니 어떻게 사장이 그런 사실을 알았을까? 그리고 회사에서 누가 그런 소문을 퍼뜨린 걸까?’
은영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렇지 않아도 한 달 전부터는 지금 만나고 있는 남자 친구와 헤어지려고 마음 먹고 있는 상태였다. 그 이유는 그 남자 친구가 어디에서 성병을 옮아가지고 와서 은영에게도 옮겼다. 그래서 은영은 병원에 가서 창
피를 무릅쓰고 치료를 받았다.
'작은 운명'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작은 운명 (26) (0) | 2020.11.29 |
---|---|
작은 운명 (25) (0) | 2020.11.29 |
직은 운명 (52) (0) | 2020.11.28 |
작은 운명 (51) (0) | 2020.11.28 |
작은 운명 (50) (0) | 2020.11.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