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은 운명 (52)
민첩 아버지는 더 이상 싸워봤자 얻을 게 없을 것 같았다. 뱀사장은 눈이 꼭 뱀같았다. 아주 날카롭게 쏘아보는 것이 옆눈으로 쏘아보고, 째져있는 눈이 꼭 뱀이었다. 얼굴 색깔로 누런게 뱀피부였다.
만일 치고 받고 싸우다가 그 집에 있는 구렁이나 독사를 풀어서 민첩 아버지에게 기어오게 했다가는 그깟 돈 때문에 잘못하다가는 뱀독에 물려 비명횡사할 것 같았다. 결국 모든 것을 포기하고 돌아왔다. 민첩 아버지는 절망감에 빠져서 처음 자신에게 뱀탕을 효능을 알려준 옆집 남자를 만났다.
“사장님 말을 듣고 나도 뱀탕을 먹었는데 나에게는 아무런 변화가 없으니 어떻게 된 걸까요?”
“뱀탕 먹었다고 곧 효능이 나타나는 건 아니예요. 몇 달 있어야 그때 비로소 나타나는 거예요. 그리고 당분간 술을 줄이고 있어요. 여자와 관계를 할 때는 처음에는 젊은 여자를 피하고 아이를 두 명 이상 낳은 여자와 천천히 시작해봐요. 젊은 여자와 관계를 하면 효능이 감퇴돼요. 절대 이 원칙을 지켜야 해요. 여자가 40살 넘은 여자하고만 해야해요.”
민첩 아버지는 이 남자가 ‘성의 고수’라는 사실을 철썩같이 믿고 있었기 때문에 그 권위에 눌려 꼼짝못하고 그 원칙을 지키려고 마음먹었다. 그날 민첩 아버지는 이 고귀한 진리를 깨우쳐준 그 남자를 대접하기 위해 술집에 가서 술을 마셨다.
그 남자는 담담한 표정으로 여자관계를 잘 하는 법에 대해 체계적인 강의를 한 시간 해주었다. 민첩 아버지는 ‘성전문 대학원’을 체계적으로 수료한 것 같았다. 너무 기분이 좋고 흥분이 되었기 때문에 그 남자와 술을 많이 마셨다.
그 남자는 아무리 술을 마셔도 취하는 것 같지 않았다. 소주병을 무려 5병이나 혼자 비웠다. 그 남자는 술을 민첩 아버지에게 권하지도 않았다.
자신이 혼자 따라 마시고, 빈병도 자신이 먹은 것을 확인하려는 듯 따로 놓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술집을 나올 때 그 남자 혼자 마신 소주병은 무려 12병이나 되었다.
민첩 아버지도 술이 센편이라 그날 많이 마셨는데, 3병밖에 되지 않았다. 그 남자의 주량에 비해볼 때 25%밖에 되지 않는 저조한 실적이었다. 순간 창피했다.
같은 대한민국 남자로 태어나서 군대까지 갔다왔는데, 이렇게 밖에 술을 못마시고 그것도 취해서 구두를 신을 때 오른쪽 구두와 왼쪽 구두를 구별할 수 없어 헤매는 자신을 보니 무엇 때문에 살고 있나 싶었다.
아프리카 초원의 동물처럼 그냥 삶에의 맹목적 의지 때문에 죽지 않고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남자는 뱀탕을 많이 먹어서 그런지 소주를 12병을 두 시간도 안 되는 짧은 시간에 들이마시고도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얼굴이 붉어진 것도 아니었다. 음성이 거칠어진 것도 아니고 차분했다. 마치 커피만 마신 여자같았다.
민첩 아버지는 자신이 뱀탕을 오래 먹고도 아무런 성능력에 변화가 없는 대신, 저 남자는 술을 저렇게 많이 먹고도 아무런 변화가 없다니 똑 같은 무변화는 맞는 것 같았다.
'작은 운명'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작은 운명 (25) (0) | 2020.11.29 |
---|---|
작은 운명 (24) (0) | 2020.11.29 |
작은 운명 (51) (0) | 2020.11.28 |
작은 운명 (50) (0) | 2020.11.28 |
작은 운명 (23) (0) | 2020.11.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