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운명 (37)

영식과 경희의 관계가 계속해서 이어져가면서 중간에 다소 문제가 생기기도 했다. 첫 번째는 영식의 부인이 어느 날 영식이 늦게 들어오던 날, 영식의 옷에서 여자 향수 냄새가 나서 의심을 하고 소지품을 뒤져보았다.

그랬더니 회사에서 회식을 하고 늦었다고 하면서, 주머니에서 신용카드 결제한 것이 나왔는데, 어떤 식당과 술집이었다. 그래서 영식에게 물었더니, 계속해서 회사에서 회식하고 들어왔다고 잡아떼는 것이었다.

그 후 영식의 부인은 계속해서 의심의 눈으로 영식의 일거수 일투족을 살펴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영식이 샤워를 하고 있는 사이에 부인은 영식의 핸드폰에 문자가 와 있는 것을 보았다. 경희와 주고받은 내용이었다. 별 내용은 없었지만, 일단 부인은 경희의 핸드폰 전화번호를 적어놓았다.

이런 일이 몇 번 반복되자, 부인은 영식에게 경희의 존재를 물었고, 난리를 쳤다. 그러자 영식은 그냥 몇 번 만나 식사만 한 사이라면서 앞으로는 절대로 만나지 않겠다고 각서를 썼다. 그리고 그냥 넘어갔다.

하지만 영식은 이런 집안에서 있었던 상황에 대해 경희에게는 전혀 이야기하지 않았다. 다만, 그 이후로는 경희와의 관계에 대해 더욱 철저하게 조심하고 또 조심하게 되었다.

그러나 문제는 이렇게 영식에게 경희가 있게 된 이후부터는 부인과는 절대로 관계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전에는 한 달이나 한 달 반 정도에는 한번 정도의 관계를 마지못해 가졌으나, 경희와 관계를 하면서부터는 거의 부인과는 관계를 하지 않고 지냈다.

부인도 특별히 영식에게 관계를 하자고 보채지는 않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섹스리스 부부가 된 것이었다. 그러자 부인도 점점 영식에게 있어서 경희라는 여자의 존재에 대해 심각한 관계라는 의심을 하게 되었다.

한편 경희는 자신의 남편에 대해 영식과의 관계를 철저하게 숨기고, 문제가 생길 상황이면 친구들과 짜고 알리바이를 만들어놓았다. 그리고 핸드폰 관리도 아주 첮러하게 했다. 핸드폰에 비밀번호를 설정하고, 남편이 절대로 보지 못하게 했다.

그리고 집에 있는 동안은 절대로 영식에게 연락을 하지 못하게 했다. 그리고 예전과 똑 같이 가정생활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경희 입장에서는 남편이 눈치채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않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평일 오후에 경희와 영식은 같이 점심식사를 하고, 서울 춘천고속도로를 타고 서종으로 드라이브를 갔다. 마침 늦가을이라 곳곳에 단풍이 예쁘게 물들어 있었다. 북한강은 정말 아름답다.

서울 주변에서 최고의 드라이브 코스로 꼽히는 곳이다. 그래서 강변을 끼고 러브호텔이 많이 들어서있다. 특히 무인텔도 있고, 익명의 사랑을 원하는 커플에게 있어서, 이런 외딴 곳에 떨어져있는 모텔은 비정상적인 사랑을 나누는 장소로 최적합한 곳이다.

부부가 이런 곳에 와서 머물지는 않는다. 여행이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미혼의 커플들도 많이 있겠지만, 평일 낮에 모텔에 들어가는 사람들은 대개 불륜의 관계인 경우가 많다. 특히 나이가 든 사람들은 거의 100%다.

영식과 경희, 두 사람은 자주 다니는 모텔에 들어가 진한 사랑을 나누었다. 옆 방에서도 방음이 되었을텐 데, 정사를 나누는 신음소리가 들려왔다. 경희는 다소 민망했다. 영식은 그 소리에 더욱 흥분이 되는 모양이었다. 두 사람은 뜨거운 정염을 불태우고 난 다음 잠시 허망한 침묵에 들어갔다.

이 때 방에 구내전화 벨소리가 울렸다. 종업원이었다. 영식의 자동차를 다른 사람이 살찍 부딪혀서 접촉사고를 냈으니, 주차장으로 와보라는 전화였다. 영식은 옷을 대충 입고 방문을 열고 나갔다. 그때 방문에는 경희의 남편과 다른 남자가 한 명 서있었다. 그리고 모텔 종업원이 옆에서 호실을 가르키고 있었다. 경희 남편은 곧 바로 영식을 붙잡고 방안으로 밀어넣었다.

그리고 종업원은 밖에 있고, 다른 남자도 방안으로 들어왔다. 큰소리가 나면서 곧 방안으로 사람들이 들어닥치자, 경희는 옷을 벗은 상태에서 이불을 뒤집어쓰고 있었다. 남편이 온 것을 알고 혼비백산했다. 제정신이 아니었다. 이때 느꼈던 놀라움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정말 순간적인 상황의 변화에 심장이 떨어져 나갈 뻔 했다.

그들은 방안에서 스마트폰으로 영식과 경희에 대해 사진을 찍어댔다. 그리고 방안에 있는 크리넥스에 묻은 정액까지 증거로 수집했다. 샤워한 수건까지 증거물로 가방에 넣었다.

경희가 누워있는 침대에서 이불을 걷어붙이고 속까지 샅샅이 뒤졌다. 경희는 그야말로 100% 알몸이었다. 가슴과 음부까지 다 노출되었다. 남편과 일행의 이와 같은 행동은 정말 매우 거칠고 야만적인 것이었지만, 그 야만성은 간통이라는 부도덕성 때문에 순간적으로 정당화되는 것처럼 보였고, 아무도 그에 대해 저항하지 못했다.

남편은 경희의 뺨을 몇 차례 때렸다. 그동안 남편은 아내에게 물리적인 폭력을 행사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경희가 딱히 맞을 일을 하지도 않았지만, 배울 만큼 배운 지성인이었고, 원래 성격이 남과 잘 싸우거나 특히 누구를 때리는 버릇은 없었다.

남편은 경희를 보자 무의식적으로 그냥 손이 올라갔다. 분노가 폭발한 것이다. 그 심리는 무엇일까? 자신이 한때 사랑했고, 몸을 섞었고, 아이까지 낳은 여자다. 가장 소중하게 여겼던 여자, 그것도 자신의 아내이자 자녀의 엄마인 여자가 다른 남자와 모텔방에서 누워있는 것을 보고 폭행을 했다. 더군다나 클리넥스를 보니 사정까지 한 것이 틀림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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