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운명 (14)

호텔 입구에 들어서자, 윤석은 마치 자신이 귀족이 된 듯한 느낌이 들었다. 유럽 스타일의 제복을 입은 도어맨이 경례를 하면서 윤석을 맞았다. 웅장한 호텔 건물은 웬지 묵직해 보였고, 무게가 있었다. 그래서 윤석은 즐겨 이 호텔을 이용했다. 특히 1층 로비라운지는 천장이 높아서 마치 자신이 유럽 어느 도시에 와 있는 착각을 일으키게 했다.

혜경은 미리 와 있었다. 오늘 따라 밝은 색의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무언가 기분 좋은 일이 있는 모양이었다. 늘상 들고 다니는 검은 색의 샤넬백이 유난히 돋보였다.
“무척 피곤해 보여요.”
“괜찮아. 손님이 많아서 하루 종일 바빴어. 잘 있었어?”
“네”
“식당은 괜찮아?”
“불경기라 손님이 많이 줄었어요.”
“하긴 요새 다 그렇다고 그래. 웬만한 곳은 모두 현상유지도 어렵대.”
“힘들어도 참고 열심히 해야지요. 뭘”

윤석은 혜경의 밝은 모습이 맘에 들었다. 혜경은 항상 미소를 띄고 세상 모든 일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었다. 강남에 일식당을 오픈할 때부터 주위에서는 걱정을 많이 했지만, 그래도 꿋꿋하게 잘 하고 있었다. 워낙 열심히 노력을 하고, 타고난 감각이 있어서 그런지 혜경의 식당에는 꾸준히 손님이 있었다.

혜경은 자신이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는 타입이었다. 한눈을 팔지 않고, 자신의 직업이 세상에서 가장 좋고 보람있는 일이라고 믿고 있었다. 그래서 일을 재미있어 했다. 하루 하루 재미 있게 보내다 보니 너무 빨리 지나간다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지난 봄이었다. 혜경은 윤석이 원장으로 있는 줄 모르고, 친구 소개로 윤석의 병원을 찾아왔다. 혜경의 여동생이 성형수술을 받는다고 해서 같이 따라왔던 것인데, 알고 보니 윤석이 원장으로 있었고, 수술을 할 의사였다.

윤석이 혜경의 여동생을 만나려고 할 때, 혜경은 정말 놀랐다. 그렇게 해서 오랜만에 다시 윤석과 혜경이 연락이 된 것이었다.

윤석은 혜경의 여동생 수술을 최대한 성의를 가지고 열심히 해주었다. 윤석은 자신의 이상형을 만드는 그리스 시대의 조각가처럼 온 정성을 다 바쳤다. 간호사들도 그 수술 후의 모습이 너무 아름다워졌다고 난리였다. 혜경의 여동생도 수술 결과에 아주 만족했고, 윤석에게 매우 고마워했다. 혜경은 윤석에게 고맙다고 하면서 식사대접을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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