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운명 (35)

만일 그렇지 않다면 그때 마다 처음과 똑 같은 망설임과 힘겨운 시도를 해야 하고, 그 힘든 노력을 되풀이해야 한다면 불편하고 고통스러워서 더 이상 거기에 탐닉하지 않을 것이다.

낯선 이성과의 육체관계는 오로지 분위기 탓이다. 배우자와의 그것과 본질은 동일하지만, 유일하게 다른 점은 행위의 장소와 분위기가 바뀌었다는 것이다. 똑 같은 실체를 놓고, 행위자만 그것을 애써 아주 다른 것으로 인식하고 지각하는 것에 불륜의 특징이 있다.

내용이 같은 실체를 행위자가 인식하는 방법의 차이에 불과한 것을 본질이 전혀 다른 것으로 확신하고 있는 점이 제3자의 입장에서는 어리석어 보이기도 하고, 우스워 보이기도 한다.

최근에 문제되고 있는 사건에서 보는 것처럼, 사회 저명인사가 정상적인 가정생활을 하면서 다른 여자와 성관계를 맺고, 그로 인해 수사나 재판까지 받는 것뿐 아니라, 사회적으로 거의 매장되는 모습을 보면, 제3자의 입장에서는 정말 어리석어 보인다. 뿐만 아니라, 그 사람의 가족이나 친척, 주변의 가까운 지인들의 입장에서 보면 얼마나 안타까운 일이겠는가? 그러한 연애, 성관계로 인해 그 사람이 얻은 행복감, 만족감, 감성적인 성취감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시간이 지나고 보면, 그러한 외도 또는 불륜, 의미 없는 사랑은 단순히 동물적인 섹스를 했다는 아렴풋한 기억뿐, 더 이상 아무런 흔적이나 자취도 없이 사라질 것이다. 게다가 그러한 불륜으로 문제가 생기고 치명적인 상처를 받게 되면, 그 상대에 대한 증오감, 원한이 쌓이고 쌓여 육체관계 자체에 대한 더러움, 형이하학적인 경멸감까지 증폭될 것이다.

가끔 언론에 보도되는 재벌들의 사생활도 마찬가지다. 처음에는 사랑에 대한 열정 때문에 연애를 하였지만, 막상 상대 여자가 혼외 자식이라도 낳게 되면, 두고 두고 골치 아프게 된다. 나중에 후회해도 소용 없다. 그 많은 재산의 상속과정 때문에 가정의 행복은 산산조각 나고 만다.

동물의 Sex와 달리 인간의 Sex란 반드시 종족보존의 번식을 위한 본능적 욕구와는 다르다. 사실 인간은 Sex 없이도 살아갈 수 있다. 이 문제는 어디에 가치를 두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Sex에 탐닉하여 Sex지상주의에 빠져 있는 사람에게는 Sex는 마약 이상으로 중요하며, 그 느낌의 다양성과 풍부성을 예찬하면서 살아가게 된다.

대개의 불륜에서 Sex에 대한 편견은 매우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나중에 오랜 시간이 지난 다음에는 그러한 자신의 견해와 인식이 편견이었음을 깨닫고 후회하기도 한다.

그러나 오랜 시간이 지나고 환경에 커다란 변화가 있기 전까지는 결코 진정으로 깨닫지 못한다. 깨달았다고 해도 그 다음부터는 습관성이 가져온 구속력 때문에 쉽게 벗어나지 못한다.

벗어나려고 해도 상대방의 이해관계와 감정이 있기 때문에 벗어날 수도 없다. 그게 불륜의 시작과 끝이고, 인과관계의 사슬이다.

불륜은 처음부터 시작하지 말아야 한다. 그냥 상상에 그쳐야 한다. 다른 이성과의 관계란 처음 생각했던 것처럼 그렇게 단순하지 않을 뿐 아니라, 자신의 존재 전체가 구속되고, 영향을 받게 되는 전인격적인 문제, 몸과 마음 전체에 연관된 환경의 변화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경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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