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운명 (95)
상홍 아버지는 필사적인 노력을 한 결과 집사에서 장로까지 올라갔다. 교회에 열심히 다녀서 상홍 아버지는 매일 성경을 읽었다. 심지어는 방언을 하는 수준에까지 올라갔다. 상홍 아버지는 독실한 크리스찬이 되면서 아주 모범적인 생활을 하려고 노력했다.
교회에도 가족 모두를 데리고 갔다. 상홍도 하는 수 없이 아버지를 따라 교회를 나갔다. 아버지는 경제적인 사정 때문에 대학교에 진학을 하지 못했고, 그에 대한 콤플렉스도 심했는데, 교회를 다니고 성경공부를 하면서 여러 가지 면에서 달라졌다.
상홍 아버지는 매주 월요일 저녁시간에는 가족회의를 했다. 아버지는 엄숙한 분위기에서 앞으로 가족이 일주일동안 해야 할 일을 각자 발표하도록 했다. 그리고 매달 초에는 월례회의를 했다.
한달 동안 가족 구성원이 각자 할 일, 목표 등을 발표하도록 했다. 상홍과 상홍의 누나는 처음에는 이러한 가족회의에 대해 거부반응이 컸지만, 아버지가 계속해서 강행을 하니 하는 수 없이 따라가게 되었고, 나중에는 자포자기 상태에서 순응하게 되었다.
아버지는 매년 1월 1일이 되면 아침 10시에 가족들 전체를 모아놓고 엄숙한 분위기에서 신년사를 발표했다.
신년사를 하기 전에 거실에서 모여 모두 일어서서 애국가 1절을 같이 부르고, 순국선열에 대한 묵념까지 했다.
언젠가부터는 아버지는 어디에서 구해왔는지 세워놓는 태극기도 신년행사를 할 때 준비했다.
신년사는 아버지가 며칠 동안 공을 들여 만들었다. 아버지는 대통령이 광복절 기념식 때 기념사를 읽듯이 서면으로 작성한 신년사를 천천히 읽어나갔다.
“사랑하는 가족 여러분! 작년 한 해 동안 고생 많이 했습니다. 2020년 경자년 새해를 맞이하여 우리 가족은 웅대한 꿈을 가지고 보다 나은 가정이 되도록 노력하여야 할 것입니다.”로 시작해서 약 5분간 이어졌다.
아버지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상홍의 누나에게는 결혼전 순결을 지킬 것을 강조했고, 상홍에게는 술과 담배, 마약을 해서는 안 된다고 수없이 강조했다. 그리고 상홍 아버지는 어머니와의 잠자리도 중단했다.
이런 모범적인 생활을 하던 중에 어느 날 상홍이 술과 담배를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아버지는 뇌출혈을 일으켜 쓰러졌다.
다행이 응급실로 빨리 가서 일주일 병원에 입원했다가 퇴원은 했지만, 반신불수가 되었다. 상홍은 자신 때문에 아버지가 쓰러진 것에 대해 한없는 죄책감을 가졌다.
그리고 아버지가 일을 못하게 되어 경제적으로도 엄청난 고생을 하게 되었다. 상홍의 누나도 당시 남자친구의 꼬임에 빠져 순결을 잃었지만, 아버지가 무서워서 그런 사실을 절대 비밀로 유지했던 것을 상홍은 뒤늦게 알고, 누나의 지혜로움에 감탄했다.
하지만 아버지가 쓰러졌다가 다시 회복한 다음부터는 아버지 스스로 예전과 같은 엄격한 율법주의를 유지할 수 없게 되었다. 가족들은 폭압정치에서 벗어나 해방을 맞은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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