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운명 (102)

맹 교수 어머니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집안이 어려워서 대학은 가지 못했지만, 혼자 꾸준히 책을 보고 연구를 해서 문학이나 예술에 관해 대화를 나누어보면, 미국 유학을 5년간 엉터리로 다녀온 사람보다 훨씬 수준이 높았고 교양이 있었다.

사실 한국에서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아 영어나 수학을 못하는 사람이 미국이나 유럽에 유학을 가서 공부를 잘 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외국에 유학가서 외국 사람들은 잘 안 만나고, 주로 코리아타운에서 한국 교포들과 한국말로 식사나 하고, 쇼핑이나 해서 외국에서 살면서도 영어보다는 한국말을 한국에 있을 때보다 더 잘하는 경우가 있다.

요새는 외국에서도 한국 방송을 볼 수 있어, 주로 한국에서 만든 드라마나 한국 아이돌의 노래와 춤을 주로 본다.

뉴스도 외국 현지 뉴스는 못알아들으니까 안 보고, 한국의 뉴스만 봐서 한국 사는 사람들보다 훨씬 더 정확하고 자세하고 심층적으로 한국에서 일어나는 각종 정치 경제 군사 외교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그런 사람들에 비해서 맹 교수 어머니는 비록 외국에 유학은 가지 못했지만, 국내 순수한 독학파로서 교양도 높았고, 문학에도 조예가 깊었다.

영어는 잘 못했지만, 간단한 일상의 용어는 중국어, 일본어, 베트남어 등을 익혀서 혼자 아시아에서 여행도 다닐 정도가 되었다.

그래도 혼자 배낭여행을 절대로 가지 않았고, 언제나 단체관광코스를 택했다. 그것은 자신의 미모 때문에 혹시 외국 여행을 가서 성범죄자들이 한국에서 온 미스코리아로 잘못 보고 납치를 해서 결혼식을 올리거나 아니면 강제로 끌고가서 강간하고 바다에 던져질 위험성을 크게 인식했기 때문이었다.
맹교수 어머니가 커피숍을 경영하고 있어서 그랬는지, 그녀를 좋아하는 대학 교수가 적지 않았다. 이들은 강의가 끝나면 커피숍에 와서 서너시간씩 혼자 않자 책을 보면서 시간을 보내곤 했다.

실상은 책을 보는 것이 아니라, 커피숍 주인인 맹 교수 어머니를 지켜보거나 감상하는 것이었다. 어떤 사람은 다른 남자와 친하게 지내는지 감시하고 있었다. 이런 교수들은 공연히 헛물을 켜고 있는 것이었다.

맹 교수 어머니 입장에서는 손님으로 와서 차를 마셨으면 빨리 나가줘야 다른 손님들이 와서 매출이 느는데, 나이 든 교수들이 커피 한 잔 시켜놓고 오래 앉아 있으면 매출이 오르지 않을 뿐 아니라, 커피숍 분위기가 늙고 혼탁해져서 젊은 대학생들이 들어왔다가 기분 나쁜 표정을 짓고 바로 나가기 때문이었다.

어떤 대학생들은 커피숍 분위기 때문에 중증 고혈압 환자처럼 현기증을 느끼고, 계단을 시속 100미터로 거북이처럼 기어나가기도 했다.

여학생회에서는 대학교 앞에서 커피숍을 하려면 분위기를 젊고 세련되게 하고 영업을 해야지, 왜 늙고 병든 닭장처럼 분위기를 만들고 있으면 학교의 명예에 손상이 간다는 이유로 맹 교수 어머니 커피숍을 폐쇄시켜 달라는 청원서를 만들어 학생들이 500명 서명을 받아 대학교 총장에게 보내기도 했다.

학교 총장은 이런 청원서를 보고 직접 맹 교수 어머니 커피숍을 둘러보았으나, 맹 교수 어머니가 너무 지적인 외모에 차분한 말씨, 소프라노 같은 음성을 소유하고 있는 것을 보고, 학생들이 너무 과격해서 잘못 청원을 한 것이라고 단정하고 청원서를 곧 바로 찢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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