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이라고 믿었던 사랑!>

어느 날, 우연히 마주 친 사람! 그는 나에게 운명이었다. 그럴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다. 나는 그 운명의 힘을 믿고, 그에게 매달렸다. 그렇게 사랑을 얻었다. 그것이 사랑의 스토리다. 사랑의 역사다. 하지만, 그 다음에는... 과연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사랑하는 마음을 표현하는 방법이 마땅치 않다. 제대로 표현을 못한 채 사랑은 지나쳐 버린다. 사랑을 액면 그대로 전달하려다가 실패하는 경우도 많다. 사랑은 은은한 상태로 밀려오기 때문이다.

호수의 물처럼 조용한 가운데 다가오는 것이 사랑이다. 처음부터 격한 파도가 되어서는 안 된다. 거친 파도는 우리를 긴장시키고 경계의 눈빛으로 바라보게 만든다.

‘반짝반짝 두근두근 하나하나 다 맘에 들어/ 한 눈에 쓰윽 지나쳐 봐도 너 하나만 꼭 내 스타일인 걸/ 너의 마음을 보여줘/ 이젠 맘을 보여줘/ 다가와 속삭여 줘’(소녀시대, Show! Show! Show! 가사 중에서)

사랑은 우리를 긴장하게 만든다. 24시간 긴장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 사랑이다. 그것이 사랑의 모순이다. 우리는 사랑이 모순투성이라는 사실을 잘 모른다.

그럼에도 막연히 <사랑 = 행복>이라는 추상적인 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사랑을 찾는다. 사랑을 꿈속에서 동경한다. 사랑은 처음에는 그렇게 무지개빛으로 다가온다. 소나기가 지나간 다음에 너무나 황홀한 빛으로 선명하게 다가오는 무지개를 꿈꾼다.

그러나 무지개가 사라지면 곧 다시 삭막한 도시의 소음에 시달리고, 회색빛 건물의 중압감에 사로잡힌다. 사랑은 그렇게 오래 가지 않는다. 잠시 우리에게 머물다 어디론가 떠난다.

‘그는 한때 나에게 갈망을 주던 애인임에 틀림없다. 그의 전화를 기다렸고 사랑한다는 말을 들으면 기분이 좋았다. 헤어질 때마다 다음에 만날 것을 의심해본 적이 없는 관계였다.

그런 대상으로 하여금 애원을 하게 만드는 것은 무언가 나 자신의 자존심과도 관련이 있는 듯이 느껴졌다. 나에게 소중했던 사람이 내 사랑을 얻기 위해서 수고롭게 애를 태울 필요까지는 없는 일이었다. 그것은 지나간 내 감정에 대한 예의도 아니었다.’(은희경 장편소설, 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 165쪽에서)

사랑을 표현하는 방법에는 아무런 제약도 제한도 없다. 그냥 순수한 감정을 표현하면 그만이다. 사랑의 출발에는 자존심도 있을 수 없다. 그냥 표현하고 받아들이면 된다. 하지만, 그 다음에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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