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운명 (86)

강교수는, ‘사람들의 수준은 이렇게 현저한 차이가 나는구나! 결국 끼리끼리 사는 것이 편한데, 수준 차이가 나는 사람과 맞추어 산다는 것은 물과 기름이 섞이는 것처럼 불가능하구나!’라고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에 반해 민희는, ‘사람이 배워봤자, 거기서 거기지, 무슨 차이가 난다고 저렇게 교만하고 건방질까?’ 이렇게 생각하면서 그런 강교수의 태도에 점점 정이 떨어져나갔다.

강교수는 이처럼 이지적이고, 합리적인 성격이었지만, 반면에 여자의 심리를 파악하는 능력은 외계인의 수준이었다. 그냥 자신이 남자로서 열심히 일을 하고, 학교에서 인정을 받으면, 자연히 부인도 다른 사람들처럼 강교수를 남자로서 인정해줄 것으로 착각을 하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강교수가 학교에서 자리를 잡고, 더 이상 처갓집의 경제적 도움이 필요하지 않게 되자, 강교수는 처갓집에서 그동안 도와준 은혜도 모두 망각했고, 뻔뻔한 태도를 보이기 시작했다. 장인이 돈을 번 과정이 정당치 않다고 비난하거나, 죽을 때까지 돈만 벌다가 죽으면 무엇하느냐는 어려운 종교적 질문도 서슴치 않았다.

그러면서 강교수는 부인과 각방을 쓰면서, 가급적 늦게 귀가했다. 주로 학교 연구실에서 시간을 보내거나, 밖에서 사람들과 어울려 많은 시간을 보냈다.

처음 결혼할 때에는 박사학위를 받은 다음 아이를 갖자고 약속했으나, 그 후에는 민희와 같이 공부에 친하지 않은 여자와 아이를 낳으면, ‘백치 아다다’의 소설 속 주인공이 호적에 올라갈 것을 염려해서 의도적으로 피임을 했다. 그러다가 어느 날, 민희의 옛 남자친구 때문에 며칠 동안 전쟁을 치른 다음, 뜻한 바 있어 혼자 비뇨기과에 가서 정관수술을 하고 돌아왔다.

그리고 그런 사실도 민희에게는 말하지 않았다. 정관수술을 한 후에도 강교수는 민희와 잠자리를 할 때 가임기간인지 확인하는 제스처를 보임으로써 수술한 사실에 대해 조금이라도 눈치를 채지 못하게 하는 완벽함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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