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운명 (91)

강교수와 미경은 분위기 있는 와인바로 가서 와인을 마셨다. 강교수는 술이 센 모양이라 아무리 술을 마셔도 전혀 취하지 않는 것같았다. 미경은 자신이 대학교수와 단둘이서 술을 마시고 있다는 사실에 감격했다.

미경의 입장에서는 대학교수는 그야말로 모든 지식과 지혜를 가지고 있는 신적 존재였다. 모든 행동도 모범적이고, 아무런 흠이 없는 존재였다. 심지어 잠자리에서도 아주 상대에 대한 모든 배려를 하면서, 분위기 있게 필요한 범위에서만 하고 뒷처리를 다하는 남자로 생각이 되었다.

미경은 고등학교만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했기 때문에 대학에 대해 그야말로 무조건적인 동경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대학생도 아닌 교수님이라니, 그런 하늘 같은 존재인 교수님과 자신이 단둘이 사적으로 만나서 와인을 마시는 영광을 얻었다니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싶었다.

다른 여자들과 달리 미경이 이렇게 생각하는데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다. 미경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집안 형편이 어려워서 부모님 생각에 대학진학을 포기하고 곧 바로 일을 하기 시작했다.

미용학원에 다닌 다음 미용실에 취직했다. 미용실의 일은 힘들었다. 특히 처음에 보조로서 일을 배우는 입장에서는 더욱 그랬다. 미용실원장으로부터 조금만 잘못했어도 눈물이 날 정도로 야단을 맞았다. 손님 머리를 잘못 잘라서 쫓겨날 뻔했던 것도 한 두 번이 아니었다.

친구들은 대학에 들어가 멋을 부리고 미팅을 하고 있는데, 자신은 미용실 보조로서 일하고 있으니 창피하기도 했다. 가끔 아는 친구들이 미경이 일하는 미용실에 손님으로 들어오면, 미경은 슬그머니 밖으로 나가서 그 친구가 갈 때까지 자리를 피하곤 했다.

원장은 이런 미경의 태도가 못마땅했지만, 그때에는 이미 미경이 필요한 입장이어서 그런 것을 문제삼아 내보낼 수도 없었다. 특히 미경의 학교 동창이 미용실에 손님으로 왔는데, 같이 온 남자 친구가 대학생으로서 두꺼운 대학교 교재를 몇 권 들고 있는 것을 보면 속이 상해 미칠 정도였다.

그렇게 지내고 있는데, 미경은 말하자면 자신이 대학교 3학년 나이가 되었을 때 우연히 남자 대학생을 만나게 되었다. 선우라는 남자 아이는 당시 지역에서 제일 좋다고 하는 대학교 4학년 졸업반이었다. 그는 법대를 다니고 있었다.

미경은 그 남자와 6개월 동안 사귀었다. 그러면서 첫경험도 했다. 선우는 미경을 아주 사랑했다. 선우는 고시공부를 하고 있었는데, 미경에게 고시를 붙으면 결혼을 하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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