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운명 (92)
미경은 자신은 고졸학력인데, 어떻게 오빠와 같은 좋은 대학을 다니고 더군다나 나중에 판사가 될 사람인데, 어떻게 나와 결혼할 수 있느냐고 수십번을 물었다. 그랬더니 선우는 늘 똑 같은 말을 되풀이했다.
‘남자와 여자는 학벌이 중요한 게 아냐. 사랑이 중요한 거야. 사랑은 모든 것을 극복할 수 있어. 걱정하지 마. 그리고 내가 고시 붙으면 너를 미국에 유학보낼게.’
미경은 선우의 말을 듣고 정말 잘 주어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선우는 성욕이 매우 강한 남자였다. 운동을 많이 해서 그런지 온몸은 근육으로 뒤덮여 있었다. 일주일에 세 번 이상은 미경을 원했다. 미경은 미용실 일 때문에 무척 힘들고 피곤했지만, 선우가 원하면 죽을 힘을 다해서 그를 위해 몸을 바쳤다.
“오빠. 그런데, 자꾸 이런 데 힘을 쓰면, 공부를 하는데 지장이 있잖아?”
“아냐 그렇지 않아. 남자는 이것을 제대로 못하면 몸 콘디션이 좋지 않아 공부가 되지 않는 거야. 고시 붙은 사람들, 출세한 사람들은 모두 여자를 좋아하고 섹스를 좋아한다고 책에도 쓰여있어.”
미경은 선우가 고시준비생이므로 어떤 대학교 책에서 보고 그런 것으로 믿고 아무 불평 없이 계속해서 선우가 하자는대로 따랐다. 선우는 미경이 생리중인데도 그짓을 했다. 미경은 선우의 집안이 어렵다고 하니까, 선우의 자취방에 가서 빨래도 해주고, 생활비도 조금씩 대주었다.
선우를 경제적으로 도우려고 하니까 미경은 휴일도 없이 다른 사람보다 두배 일을 더 열심히 했다. 몸도 약한 데 그렇게 과로를 하니 자주 코피가 나왔다.
그렇게 장밋빛 미래를 꿈꾸며, 몇 년 있으면 판사 부인이 되어 고생하지 않을 거라고 믿었던 미경에게 어느 날 청천벼락이 떨어졌다. 선우와 연락이 되지 않아, 선우의 자취방 주인을 찾아갔다.
“아 글쎄, 그 X이 알고 보니 사기꾼이었어. 가짜대학생이었어. 전과자라고 하는데 대학생이라고 속이면서 사기나 친 거야. 내 방세도 떼어먹고 도망간 거야. 경찰관이 잡으러 왔는데, 그걸 낌새채고 밤에 모든 짐을 싸가지고 사라졌어. 학생도 무슨 피해를 봤으면 경찰에 신고해. 원 세상에 나쁜 사기꾼 같으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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