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운명 (94)
강교수는 놀랐다. 지금까지 미경의 태도로 보아서 이런 일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그 남자는 미경과 연애를 하던 유부남이었다. 천하에 둘도 없는 사기꾼이었다.
처음에는 아주 돈이 많은 사업가인 것처럼 속였다. 명품 가방도 사주고, 다이아반지도 사주었다. 물론 나중에 알고 보니 가방도 다이아도 모두 가짜였지만, 그래도 처음에는 미경에게 돈을 펑펑 썼다. 그렇게 믿게 한 다음, 미경에게 중국 사업에 투자하라고 해서, 돈 5천만원을 빌려갔다.
그걸 가지고 흥청망청 하다가 끝내 구속되어 징역을 1년 살고 출소한 것이었다. 출소한 다음 미경에게는 염치가 있어 나타나지 못하고 있었는데, 소문을 들어보니, 미경이 대학 교수와 연애를 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사기꾼은 강교수를 찾아가 공갈을 쳐서 돈을 뜯어내려고 한 것이었다.
강교수는 이런 것으로 문제가 되면 학교에서 징계를 받을 수도 있으므로, 일단 사기꾼이 요구하는대로 각서를 써주었다. ‘본인은 선미경을 만나 연애를 하였는데, 앞으로는 일체 만나지 않겠습니다.
만일 이 약속을 위반하면 민사형사상의 책임을 지겠습니다.’ 사기꾼은 각서를 받은 다음, 앞으로 안 만나는 것은 당연하고, 지금까지 남의 애인을 데리고 놀았으니, 손해배상을 하라고 했다.
그러면서 강교수에게 그동안 미경과 성관계한 횟수를 물었다. 1회당 싸게 계산해서 10만원씩 내라는 것이었다.
강교수는 기가 막혔다. “도대체 당신이 무슨 권리로 나에게 이렇게 공갈을 치느냐?” “그리고 우리가 사랑했던 것인데, 왜 관계한 것에 대해 돈계산을 당신에게 해야 하느냐?”고 따졌다.
그랬더니 사기꾼은 배에 크게 새긴 문신을 보여주면서, “그래 내 말이 우습게 들리는 모양인데, 돈을 주기 아까우면, 학교에서 만나자. 총장 앞에서 누가 옳은지 판결을 받으면 되니까. 나는 감방에서 있으면서 법에 대해 많이 공부했어. 왠만한 변호사보다 내가 법을 더 잘 알아. 남의 애인하고 공짜로 했으면, 당연히 돈을 물어내야지. 대학 교수가 그런 법도 모르면서 학생들을 어떻게 가르칠까? 교수 그만 두고 제비족을 하면 될 텐데. 안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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