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운명 (95)
강교수는 무서웠다. 지금까지 사우나에서 많은 문신을 보았지만, 이렇게 크게 무시무시하게 악마의 문신을 한 것은 처음 보았다. 뿐만 아니라, 사기꾼은 배꼽 바로 아래에 작은 글씨로 ‘선미경’이라고 써놓았다. 그것이 확실한 증거였다. 그러면서 “미경이 배에도 내 이름이 있어. 확인해 봐. 이 등신아!” 정말 충격이었다.
강교수는 그런데 미경의 배에 어떤 글자가 있는 것을 제대로 보지는 못했는데 이상했다. ‘도대체 내가 귀신에 홀린 것일까? 도대체 미경이란 여자는 어떤 여자일까? 이 남자와 짜고 내게서 돈을 뜯어내려는 것이었나?“
강교수는 어쩔 수 없었다. 하는 수 없이 성관계 횟수를 거짓말로 줄여서 계산을 해보니까 500만원이라고 하면서 사기꾼에게 500만원을 주겠다고 다시 각서를 썼다. ”본인은 귀하에게 선미경과 성관계를 한 데 대해 위자료로 500만원을 일주일 이내에 지급할 것을 약속합니다.“
사기꾼은 강교수에게 엄하게 타일렀다. ”앞으로는 절대로 부인 이외의 다른 여자를 만나지 말아요. 교수가 그러면 안 돼요. 교수는 사회에서 지도층 인사이기 때문에 일거수일투족을 모범적으로 해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비싼 등록금 내고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이 무엇을 배우겠어요? 학생들은 교수를 하나님처럼 받들고 믿고 배우고 있는 것 아니예요. 한번 더 나쁜 짓을 하면, 내가 사회 정의를 구현하는 차원에서 당신을 매장시킬 거예요. 알았지요?“
사기꾼이 학교에서 무엇을 배웠는지는 모르지만, 아마 적어도 군대에서 소대장 정도는 하지 않았나 싶었다. 강교수는 죽고 싶었다. ’내가 어쩌다 그 수준 낮은 미용실 원장과 연애를 하다가 이렇게 개망신을 당하고, 돈을 뺏긴단 말인가? 정말 사람 한번 잘못 본 죄로 이렇게 되었네. 쯧쯧...‘
사기꾼과 헤어지고 나서 강교수는 그 길로 미경을 만나러 갔다. 미경의 말을 들어보니 그 남자는 철저한 사기꾼이었고, 날강도였다. 그리고 미경의 배는 아주 깨끗했다. 나이가 50인데도 처녀 뱃살 같았다.
강교수는 이 일을 겪고 나서 오히려 미경에게 더 깊은 정이 갔다. 물론 500만원은 미경의 돈으로 강교수가 주고 끝을 냈다. 사기꾼은 500만원의 더러운 돈을 뜯어낸 다음에는 연락이 없었다. 아마 또 다른 사건으로 감방에 갔을 것 같다는 것이 미경의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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