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운명 (97)

사람의 일상은 어느 날 한 순간에 방향이 크게 바뀐다. 강교수는 모든 것이 자신의 뜻대로 잘 되어서 만족하고 행복을 느끼고 있었다. 열심히 공부해서 남들이 모두 부러워하는 대학교 교수가 되었다.

연구도 열심히 하고, 강의도 잘해서 학생들에게 인기도 좋았다. 경영학 교수로서 기업체 자문활동도 해서 봉급 이외의 수입도 괜찮았다. 부잣집 딸과 결혼해서 경제적으로도 걱정을 하지 않고 있다. 남들은 어려운 처갓집 생활비도 보태주어야 한다고 하는데, 강교수는 그런 면에서 해방된 상태였다.

애정은 없고 섹스리스 상태로 지내고 있지만, 그래도 겉으로는 정상적인 결혼상태고, 외모도 별로 손색이 없는 부인이 집에 존재하고 있다.

게다가 자립해서 미용실을 경영하고 있는, 비록 연상이지만 번듯한 미경이 애인으로서 제 역할을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가끔 양념으로 젊은 제자와 만나 연애를 할 수 있다.

그로 인해 정신적으로 스트레스를 풀 수 있을 뿐 아니라, 청춘의 피를 수혈받아 노화를 방지할 수 있다.

강교수는 자신이 존경하는 선배 교수로부터 전수받은 교훈, ‘젊었을 때 하고 싶은대로 연애를 충분히 많이 하라. 성관계도 용불용설이니 젊었을 때 많이 하라. 그래야 늙어서 죽을 때 후회하지 않는다!’을 헌법처럼 삶의 기본 원칙으로 받아들였다.

이렇게 잘 나가던 강교수가 부인의 사소한 접촉사고 인해서 한 순간에 모든 행복이 날라가 버렸다. 마치 어느 사회 저명인사가 자신이 데리고 놀면서 농락하던 젊은 여자의 폭로로 모든 것을 상실하는 것처럼, 강교수는 아주 사소한 사건이 계기가 되어 거대한 쓰나미에 휩쓸려 날라가다가, 자신의 영역에서 아주 멀리 떨어진 진흙밭으로 내동이쳐진 것이었다.

사랑하던 미경도 만나지 못하고, 어린 제자와도 데이트할 수 없게 되었고, 더러운 불륜현장의 더러운 신음소리까지 확인한 부인과 불편한 관계까지 덮쳤다. 그리고 당분간은 어디 가서 성관계를 할 수 없는 형벌을 선고받았다.

강교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되돌아보거나 반성하지는 않았다. 아니 할 수가 없었다. 누가 강교수의 잘못을 지적해주는 사람도 없었다.

교회는 빼놓지 않고 다니고 있었지만, 목사님 설교에 강교수를 특정해서 구체적으로 무엇이 잘못인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개별적인 방향이나 방안을 제시해주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강교수가 개인적으로 성경책을 펴놓고 아무리 열심히 찾아보아도, 지금 살고 있는 것이 옳은 것인지, 그른 것인지를 밝혀주는 부분은 없었다.

단지 구약에, ‘간음하지 마라. 이웃집 아내를 탐내지 마라.’로 되어 있지만, 그렇다고 현대 사회에서 성이 개방되고, 간통죄도 없어진 마당에 모두들 프리섹스를 하고 있는데, 강교수만 신부님처럼 산다는 것은 매우 불합리해 보였다.

신약에서는, ‘마음으로도 간음해서는 안 된다’고 정언명령을 내리고 있다. 그런데도 예수님은, 간음한 불쌍한 여자를 앞에 놓고, 무지한 사람들에게, ‘죄 없는 자가 돌로 치라’고 말씀하셨다. 그러자 아무도 돌을 던지지 못하고 그 자리를 떠났다.

강교수는 자신은 육신을 가지고 태어난 존재이므로 천사와 악마의 중간적 존재라고 믿었다. 그래서 살아있는 한, 몸에서 피가 흐르고, 가슴에서 심장이 뛰고 있는 한, 성욕을 무조건 억제하는 건 자연의 섭리에 반한다고 믿었다.

그래서 지금까지의 삶의 태도에 대한 자신의 정당성을 스스로 부여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가끔 TV에서 유명 인사들이 여자문제로 망신을 당하고 추락하고, 감방에 가는 것을 보게 되면, ‘그들은 나쁜 게 아니라, 어리석다. 여자를 인격적으로 대하지 않고 성적으로 이용만 하려는 이기적이고 동물적인 사람이므로 징역가는 게 마땅하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혼란스러운 상태에서 강교수는 ‘여자 없는 무인도’로 이주하기로 결심해야 했다. 그런 자신이 너무 억울하고 한심했다. 그런데도 세상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돌아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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