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운명 (29)
명훈 엄마는 급히 아는 변호사에게 연락했다. 일단 변호사는 선임계를 내고 명훈이 경찰서에 출석할 때 같이 가서 변호인참여를 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명훈을 만나 수사에 대비하겠다고 했다.
피의자가 경찰서에 출석할 때 혼자 가는 것은 위험하다. 변호사가 같이 동행하면 아무래도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 그래서 변호사가 참여하는 것이다. 물론 피의자가 조사를 받는 것이기 때문에 변호사가 변호인으로 조사과정에 참여한다고 해서 대신 조사를 받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변호사는 피의자가 조사를 받을 때 옆에 앉아서 조사과정을 지켜본다. 혹시 강압수사가 있는지, 유도신문을 하는지, 자백을 강요하는지, 피의자신문조서가 진술한 대로 기재가 되어 있는지를 확인한다. 그리고 중간에 만일 피의자가 횡설수설하고 있으면, 잠깐 휴식시간을 갖자고 하여 피의자를 진정시킨 다음 제대로 진술하도록 코치를 해준다.
은영은 명자를 만났다. 명자에게 지금까지 있었던 상황을 모두 이야기했다. 은영은 자신을 강간했던 장본인인 악마가 명훈 아빠의 기사로 일하고 있다는 사실과, 그 기사가 은영에게 자신이 돈을 1억원 받아줄테니 빨리 합의하고 아이를 낙태시키라고 공갈을 치고 있다는 것, 그리고 자신과 성관계를 했다는 사실을 약점으로 잡고 있다는 사실을 털어놓았다. 그러면서 박 기사가 명훈이 집안에서 돈을 받아서 은영에게 주겠다는 말까지 사실대로 이야기했다.
명자는 깜짝 놀랐다. 세상에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 싶었다.
“그러면 어떻게 하지? 그 사람이 너의 과거를 다 이야기하면, 명훈씨도 마음이 달라질 것이고, 그 집안에서도 난리날 거 아냐?”
“일단 나는 그 사람을 모른다고 했어. 그 사람이 나를 강간했다는 사실도 딱 잡아뗐어. 오래 된 일이고, 아무런 증거가 없으니까? 그 사람을 나쁜 사람, 미친 사람으로 만들려고 해. 설사 명훈 엄마나 명훈이가 물어도 나는 딱 잡아뗄거야. 다만, 제인을 만나 그 사람이 그런 이야기를 하면 제인도 시집가서 잘 살고 있는데 피해가 갈 수 있고, 나를 원망할 지 몰라서 걱정이야.”
“그럼 정자에게 말해줘야 하는 거 아냐? 혹시 모르잖아. 흥신소 시켜서 정자 전화번호나 사는 곳을 알아낼 수도 있잖아? 큰일이다. 일이 너무 복잡해지는 것 같아.”
“아냐, 정자에게는 말하면 안 돼. 놀라서 자빠질 거야. 내가 알아서 처리할 게. 더 이상 명훈네와 연락하지 않고 나 혼자 아이를 낳은 다음 연락하면 어떨까? 그때는 이미 아이를 낳았으니 어쩌지 못할 거 아냐?”
며칠 후 박기사로부터 은영에게 다시 전화가 왔다.
“은영씨, 내가 명훈 엄마에게 말했어. 1억 원을 주고 해결하겠다고. 그러니까 1억 원을 받으면 반반씩 나누어가져. 은영씨는 5천만 원이면 충분하잖아. 내가 돈을 어렵게 받아주는 거니까. 아이는 빨리 수술하고 명훈과는 헤어져. 요새 명훈 아빠가 검찰 수사를 바고 있어 곧 구속되고 회사는 부도날 것 같아. 그러면 아이를 낳아봤자 은영씨는 양육비도 못받고, 거지 아빠와 결혼하게 돼. 명훈이는 능력도 없고, 부모덕에 살다가 거지가 되는 거야. 은영씨는 5천 가지고 작은 커피집이나 하나 차려. 그리고 능력 있는 남자 만나면 돼. 알았지, 빨리 결정해야 돼. 명훈 아빠 구속되면 이 돈도 못 받아.”
“걱정 마세요. 제가 직접 명훈씨를 만나서 해결할 게요.”
“그건 안 돼. 명훈이는 은영씨를 안 만날 거야. 내가 못만나게 했으니까. 그리고 만일 은영씨가 내 말을 듣지 않으면 은영씨의 과거에 대해 모든 걸 내가 폭로할 거야. 그러면 모든 게 끝이야.”
은영은 더 이상 박기사의 말을 듣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전화를 끊고 더 이상 받지 않았다. 그리고 명훈에게 전화를 했다. 명훈이 전화는 전원이 꺼져 있었다. 명훈 엄마에게 전화를 했다. 명훈 엄마 역시 전화를 받지 않았다. 그래서 은영은 메시지를 남겼다. 전화를 해달라는 취지였다. 그래도 전화는 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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