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이 들면 사랑하라 (1)
서로 소통하면 정이 든다. 자주 만나면 애정이 싹튼다. 함께 오래 있으면 사랑이 된다. 남자와 여자는 그렇고 그런 것이다.
감성은 나름대로 독특한 법칙이 있다. 이성과 다르다. 사랑은 그래서 불합리하고, 예측이 어렵다. 제멋대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정이 들면 사랑하라 (2)
자주 산에 가면 산이 좋아진다. 어떤 일이든 계속해서 반복하게 되면 습관이 되고 좋아지는 것이다. 산에 가는 사람은 산이 좋아 가는 것이다. 산이 좋아 산에 오르게 되고, 그래서 좋은 감정을 느끼게 되고, 그래서 또 다시 산을 찾게 되는 것이다.
사랑도 마찬가지다. 상대방이 좋아 만나게 되고, 만나면 좋은 감정을 느끼고 확인하게 되고, 그래서 또 만나게 되는 것이다. 사랑은 두 사람 사이의 만남과 접촉을 전제로 한다.
정이 들면 사랑하라 (3)
극단의 형이상학적인 사랑도 불가능하고, 지나친 형이하학적인 애정도 오래 가지 못한다. 완전한 사랑이란 그 중간에 위치한 적절한 균형을 갖추어야 한다. 정신적인 사랑이 강하게 지배하고 있는 육체적인 결합이 바람직한 사랑의 형태이다.
그래서 skinship이 필요하다. 남녀 사이의 스킨십은 친밀한 감정이 있어야 가능하다. 친밀하고 친근한 감정이 없는 상태에서의 스킨십은 거부감을 불러일으키고 혐오감을 주기까지 한다.
정이 들면 사랑하라 (4)
스킨십은 친밀감을 전제로 한다. 그러면서 스킨십은 더욱 두 사람 사이의 관계를 친밀하게 만들어준다. 시간이 가면서 두 사람은 정이 들고, 정이 깊어진다.
오랜 기간 스킨십이 없는 부부 사이란 애정이 없는 관계라고 단정할 수 있다. 모든 남녀 사이란 비슷하기 때문에 사랑은 두 사람 사이의 거리와 비례하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정이 들면 사랑하라 (5)
사랑은 어느 정도 이상의 거리가 있으면 소멸하거나 저감된다. 사랑은 다른 존재와 달리 유무가 아주 명확한 경계를 지니고 있다. 사랑은 있으면 있는 것이고, 없으면 없는 것이지 중간 단계의 회색지대란 존재하지 않는다. 사랑이 식었다가 다시 되살아나는 것은 식물인간이 의식을 되찾는 것과 마찬가지로 불가능한 일에 가깝다.
정이 들면 사랑하라 (6)
사랑은 그 열기가 떨어지지 않도록 평소에 보온장치를 잘 해두어야 한다. 사랑이 식으면 다시 뜨거워지기 어렵기 때문이다. 사랑은 일방적인 관계가 아니기 때문에 두 사람 사이의 열기가 서로 주고 받으면서 일정한 온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가까운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 그 거리가 멀어지면 사랑은 그에 비례해서 사라져갈 위험성이 높아진다.
정이 들면 사랑하라 (7)
사랑하는 사람들은 항상 가까운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 적어도 거리가 멀어지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비록 멀리 떨어져 있어도 전화, 인터넷 등을 통해 간접적인 접촉을 계속해야 한다. 거리의 장애가 있으면 더욱 노력해야 한다. 거리를 극복하지 못하고 시간을 극복하지 못하면 그 사랑은 잃어버리게 된다.
정이 들면 사랑하라 (8)
사랑과 거리라는 화두를 가지고 골돌히 생각하면서 관악산을 올랐다. 금요일 오후 특별히 시간을 내서 관악산 산행을 했다. 마음의 여유를 갖기 위해서였다. 오후 4시 반부터 과천쪽에서 산행을 시작했다. 연주암까지 올라가니 한 시간 정도 걸렸다. 무척 빠른 속도로 올라간 것이다. 과천에서 올라가는 등산코스는 많이 달라져 있었다. 나무 계단을 많이 설치해 놓았다.
정이 들면 사랑하라 (9)
역시 바위가 많았다. 크고 작은 돌을 밟고 계속해서 올라가야 했다. 겨울산의 특유한 정취가 눈에 들어왔다. 나뭇잎이 다 떨어진 상태에서 겨울산은 아주 조용히 있었다. 새봄을 낳기 위한 겨울의 잉태는 은밀하게 진행되고 있었다.
정이 들면 사랑하라 (10)
깊은 산 속에는 겨울의 나목들이 줄지어 있었고, 그곳에서는 세상의 부귀영화보다도 삶에 대한 명상과 성찰을 하도록 낯선 분위기가 조성되어 있었다. 산에서는 침묵해야 한다. 그 거대한 산에서 우리는 자신이 무엇인지 밝혀서는 안 된다. 밝혀 보았자 아무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정이 들면 사랑하라 (11)
우리는 산에서 무엇을 깨달아야 하는가? 천년 전에 이미 사람들은 관악산을 오르내렸다. 그들의 삶의 지혜는 우리를 능가한 것이었다. 연주암에는 고려시대 만들어 놓은 석탑이 가운데 있었다. 유심히 석탑을 살펴 보았다. 내려오는 길은 갑자기 어두워졌다.
정이 들면 사랑하라 (12)
가지고 산 후랫시에 의존해서 내려왔지만 불빛이 너무 어두워 힘이 들었다. 내려오는 시간도 그래서 한 시간 가까이 걸렸다. 산은 어두워지면 갑자기 고요한 정적이 느껴진다. 그래서 무서움을 느끼게 된다. 어둠의 세력이 들이닥치면 인간은 불안하고 공포심을 느낀다.
정이 들면 사랑하라 (13)
그게 빛과 어두움의 차이다. 생명과 죽음의 차이다. 나는 빛을 찾아 빠른 걸음으로 내려왔다. 산 아래로 내려오니 멀리서 과천시내 불빛이 밝게 보였다. 빛의 세계에 가까이 가고 있었다. 어둠을 뒤로 하면서 밝은 빛으로 나아가고 있음을 느꼈다.
정이 들면 사랑하라 (14)
그곳에는 희망이 있었다. 나를 어두움에서 벗어나게 하고, 밝은 세계에서 살 수 있게끔 만드는 가능성이 있었다. 사랑이 그곳에 있을 거라는 확신을 했다. 겨울의 관악산이 뒤에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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