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학의 현실적 중요성
현대 사회에서 개인은 최대한의 자유를 누릴 수 있다. 모든 사람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특별한 문제가 없으면 사상과 행동의 자유가 보장된다.
하지만 인구가 급격하게 증가하고, 물질만능의 사회적 풍조와 극도의 이기주의가 팽배하고, 무한경쟁, 약육강식의 시대가 됨에 따라 개인은 형식적으로는 완전한 자유를 얻었지만, 실질적으로는 오히려 예전보다 더욱 심각한 노예화가 진행되고 있다.
빈익빈 부익부 현상은 날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가진 자와 없는 자의 격차는 벌어지고 있다. 금수저 흙수저 간의 계층화도 심각하다. 기초생활수급자가 늘어나고, 청년실업자는 100만명을 넘긴 지 오래다. 노인 빈곤층도 거의 50% 수준이라고 한다.
지금까지는 가족을 중심으로 사회생활을 영위하여왔는데, 시간이 갈수록 소가족, 핵가족화 되면서, 가족의 기능과 역할이 종전과 크게 달라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가정 내 개인화 성향이 뚜렷해지면서, 공동체적 인식이 약화되고 있다.
자녀에 목숨을 걸던 과거와 달리, 자녀를 낳지 않거나 한명의 자녀로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자녀를 돌보는 육아와 양육, 교육에 지친 부부들이 늘어나고, 자녀 때문에 이혼하지 못했던 옛날과 달리, 자녀를 신경 쓰지 않고 이혼하는 사람들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결혼은 단순한 연애감정이나 로맨스, 성적 만족 때문에 하는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결혼의 본래 목적이나 가치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함부로 결혼한 다음, 결혼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파탄에 이르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이혼율이 크게 늘어났고, 20년 내지 30년 이상 살다가 뒤늦게 각자의 자유를 찾아 떠나는 노부부들도 증가하고 있다.
이빨 빠지고 털이 빠진 늙은 사자들이 가족을 해체하고 따로따로 먹을 것도 별로 없는 늪지대로 들어가는 형상이다.
성적 자기결정권이 보장되고 있는 사회이다 보니, 개인은 자유로운 성생활을 즐길 수 있다. 간통죄도 없어지고, 혼인빙자간음죄도 없어졌다.
인터넷을 통한 자유로운 만남의 기회가 마련되자 남자와 여자는 쉽게 만나 연애를 할 수 있는 분위기다. 요새는 성매매도 인터넷을 통해서 한다. 옛날처럼 창녀촌이 따로 운영되지 못한다.
채팅을 통하거나 직업적인 성매매업자들의 중간 알선에 의해 둘이서 몰래 만나 성관계를 하고 헤어지기 때문에 경찰에서 단속하기도 어렵고, 또 사회적으로 단속의 필요성이나 성매매사범에 대한 처벌의 필요성도 크게 약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어떤 사람들은 인터넷에서 만나 몇 차례 성관계를 하고 여자가 임신 되면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어떤 경우에는 여자가 남자에게 책임지라고 하고, 일방적으로 아이를 낳아 혼자 키우겠다고 한다.
남자는 결혼할 생각이 추호도 없는데, 몇 번 연애한 것으로 자신의 아이를 낳겠다고 하니 난감해진다. 남자 부모는 아들의 장래를 위해 임신한 여자에게 거액의 돈을 주고 낙태를 시킨다.
또 어떤 경우에는 같이 연애하다가 여자가 임신을 했는데, 낙태 수술비용을 일부 내라고 하자, “내 애기인 줄 어떻게 아느냐? 그리고 내가 왜 낙태수술비를 부담해야 하느냐? 네가 피임을 잘못해서 그런 것 아니냐? 나는 돈이 없으니까 네가 알아서 하라.”고 냉정하게 나온다.
그리고 전화를 차단해버린다. 여자는 이럴 때 구제방법을 변호사에게 상담해보지만, 변호사로서도 뾰족한 묘안이 떠오르지 않는다.
인간의 심리를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심리학을 공부해야 한다. 각종 질병을 예방하고,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의학, 약학, 운동법에 대해 알아야 한다. 교통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이나 도로교통법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
사기를 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각종 사기수법에 대해 누군가로부터 들어보아야 한다. 원치 않는 임신을 하지 않으려면 피임법을 공부해야 한다.
사랑과 성도 마찬가지다. 이혼도 마찬가지다. 각종 성범죄도 마찬가지다.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문제이고, 개인의 생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며, 개인의 삶에 있어서 행복과 불행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우리는 시간을 내서 이러한 것에 대해 공부해야 한다. 지식과 경험을 쌓아야 한다.
일부 사람들은 살면서 사랑과 섹스, 결혼과 이혼, 가족과 가정, 성범죄 등에 대해 전혀 공부를 하지 않는다. 소설이나 읽고 드라마나 본다. ‘사랑과 전쟁’ 프로나 본다.
그러나 이런 매체들로서는 사랑과 성의 본질과 문제에 대해 우리에게 주는 지식이나 경험, 지혜나 기술이 아무 것도 없다. 사람들은 사랑과 성에 대해 거의 무지한 상태에서 사춘기를 지나고, 청년이 되면 아무 생각 없이 단순한 감정이나 본능에 이끌려 연애하고 데이트하고 섹스를 한다.
대충 맞는 것 같으면 결혼하고 동거하고 혼인신고한다. 결혼을 30대 중반 또는 40대 중반 정도에 하면 그동안 20살부터 여러 번의 연애와 성관계를 경험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두 사람이 갑자기 만나 결혼해서 완벽한 일부일처제의 틀 속에 들어가서 오래 버티기는 매우 어려운 환경이 되었다.
또한 시대가 크게 변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의 법과 윤리 기준은 매우 엄격하게 유지되고 있다. 그래서 이런 구속을 견디지 못하고 사람들은 가족해체라는 극단적인 방법으로 이혼을 선택한다.
사랑학은 이런 이유로 그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사랑을 추상적으로 이야기하는 ‘사랑의 담론’이나 ‘사랑의 역사’ ‘사랑의 기술’은 별로 실용적이지 못하다.
사랑과 성은 단순한 쾌락의 대상이 아니다. 결혼을 전제로 자녀를 낳아 기르고, 가정을 꾸며 가족의 구성원들이 안정적인 삶의 기초를 형성하고, 사회생활을 하는 터전을 만드는 것이 사랑과 성의 알파요 오메가다.
가화만사성이라는 다섯 글자는 이와 같은 인간의 삶의 출발과 끝이 가족, 가정에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번에 대학캠퍼스 성폭행추락사망사건도 마찬가지다. 가해자는 그동안 사랑과 성, 법과 윤리에 대해 과연 누구로부터 어떠한 교육을 받았을까? 아무도 그에게 이런 심각한 문제를 알려준 사람이 없었을까? 혼자 알아서 모든 것을 해야만 하는 현실속에서 인간은 때로 짐승보다 못한 악마가 된다.
개인의 정욕을 억제하지 못하고, 타인에 대한 최소한의 인간적 배려를 하지 못하는 인간은 그 순간, 이미 인간이 아닌 동물로 전환되는 것이다.
우리 사회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가정과 학교, 사회에서 자녀들에 대한 사랑과 성에 대한 법과 윤리, 성교육 등을 철저하게 시켜야 할 것이다. 구체적인 방안은 전문가들이 연구해서 효율적인 교육이 되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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