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공항에서
3박 4일의 여정을 마치고 인천 공항에 도착했다. 긴 꿈을 꾼 것 같다. 그렇잖아도 서울을 떠나 있는 동안 꿈을 많이 꾸었다. 다시 옛날로 돌아가 대학교에서 무슨 시험을 보는데 중간에 답안지 써놓은 것을 잃어버려 교수님에게 사정을 하던 악몽도 꾸었다.
내가 갔던 외국의 어느 작은 해안가 마을의 아침은 참 고요했다. 새벽 5시반에 일어나 바닷가로 나갔다. 한참을 걸어가니 등대가 하나 있었다. 등대가 있는 작은 섬 주변에는 온통 새들로 가득 차 있었다. 갈매기들인지 정확하게는 잘 모르겠다. 수 없이 많은 새들이 계속해서 울고 있었다. 너무 시끄러웠다. 왜 그렇게 울고 있는지? 나는 넋을 놓고 새들의 울음소리에 빠져 있었다.
새벽 바다를 바라보는 마음은 참으로 차분히 가라앉았다. 저 넓은 바다를 향해 한 마리 새와 같은 존재인 내가 앉아 있다. '나는 무엇인가?' '나는 왜 살고 있는가?' 갑자기 갈매기떼가 내게 해답을 주는 듯했다. 나는 그들과 하나가 되어 자연으로 돌아가 있었다. 어렵게 생각하지 말자. 사물을 단순하게 보고 단순하게 사고하라. 감성을 잃지 말아라.
더 걸으니 부둣가에서 십여명 되는 사람들이 새벽부터 바다낚시를 하고 있었다. 새벽이라 그런지 고기들이 많이 낚이고 있었다. 한 20센치미터는 넘어보이는 고기들을 낚아 세멘트 바닥에 던져 놓았다. 고기는 한동안 퍼득거리다가 지쳐서인지 더 이상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몹시 잔인해 보였다. 살아있는 생명을 미끼로 유인해서 낚은 다음 목숨을 끊는다. 그리고도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이다.
가끔 죽은 고기들을 다시 바다로 던져놓고 있었다. 왜 그런지 물어볼 수도 없었다. 그렇게 떠다니는 죽은 고기들을 갈매기들이 달려들어 입에 물고 날다가 다시 떨어뜨리는 모습이 보였다. 생각보다 큰 물고기를 입에 물고 멀리 날아가는 갈매기도 신기해 보였다. 바다는 시퍼런 색깔에 한층 사나워 보였다. 그 도도함에 나는 무릎을 꿇었다.
어디를 다녀도 내 마음 속에 떠나지 않는 그리움이 붙여 다녔다. 궁금하기도 하다. 내 마음이 이처럼 집착하는 그 대상은 무엇일까? 먼 길을 떠났다가 다시 제 자리로 돌아왔다. 주인이 없던 블로그가 몹시 쓸쓸해 보인다. 내 마음과 정을 듬뿍 주었던 곳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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