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밤에는 비가 많이 왔다. 우리 집은 숲 속에 둘러쌓여 있다. 비가 오면 빗소리에 푹 빠져든다. 맹꽁이 소리도 요란하다. 한동안 맹꽁이 소리가 들리지 않아 걱정을 많이 했다. 농약을 많이 뿌렸거나 물이 고이지 않게 배수로를 잘 만들어 놓아서 맹꽁이가 살 수 없게 된 것이 아닌가 걱정을 했다. 그런데 다행히 어제는 맹꽁이들의 세상이었다. 맹꽁이소리는 꼭 내가 우는 것 같은 생각도 든다. 무엇 때문에 그 긴 시간 목이 터지라 우는지는 모르겠지만. 

 

빗길을 바라보면서 88올림픽대로를 지나 출근을 했다. 88도로는 비가 오면 오는대로 정취가 있다. 멀리 강물이 보인다. 물이 조금 불어있다. 언제나 말 없이 흘러가는 강물을 보면 우리의 삶이 어떤 곳을 향해 가야하는지 생각을 하게 만든다. 

 

변론 준비 때문에 서울구치소에 갔다. 몇 사람을 만났다. A 씨는 사업관계로 재판을 받고 있는 남편을 위해 옥바라지를 하다가 문제가 생겨 징역을 살고 있었다. 남편에 대한 열렬한 사랑은 현대판 열녀전에 올려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그 안에서 오래 있다 보니 많은 사람들은 정말 억울하게 들어와 있고, 실제로 처벌 받을 정도보다 훨씬 무거운 형을 살고 있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7월 달에 출소하면 사회정의를 위해 열심히 일을 하기로 약속했다. 

 

사설 펀드를 운영하다가 실패해서 재판을 받고 있는 B씨, 부부싸움 끝에 일이 벌어져 구속된 C 씨, 절도사건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D 노인, 모든 사람들의 애절한 사정을 듣다 보면 시간이 너무 빨리 지나간다. 밖에 일은 모두 잊어버리고 그 사람들과 이런 저런 상의를 하다 보면 내가 구치소 안에 계속 있는 사람같은 착각도 든다. 

 

내가 해야 할 일은 이런 사람들의 억울한 사정을 밝혀주는 일이다. 답답한 심정을 법적으로 해결해 주는 사명이다. 모두들 하루 빨리 석방되어야 한다. 더 열심히 그들을 위해 내가 할 일을 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고 밖으로 나왔다. 구치소 정원에 시들은 장미꽃이 보였다.

 

장미는 그 화사한 자태를 버리고 색깔이 바랜 초라한 모습이었다. 더군다나 그 초라함은 빗속에 더욱 보는 나로 하여금 안타까움을 금치 못하게 만들었다. 한때 꽃 중의 꽃, 꽃의 여왕으로 불리던 장미가 시들어 축 처져있다. 순간 구속되어 있는 많은 사람들의 모습이 눈에 겹쳐졌다. 비는 여전히 조금씩 뿌리고 있었다.

 

 

            

'수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까치와 바람, 그리고 사랑  (0) 2005.07.02
수해방지대책  (0) 2005.06.28
신원 CC 를 다녀와서  (0) 2005.06.26
여성가족부 출범식  (0) 2005.06.23
색다른 음식  (0) 2005.06.22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