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한 여름의 무더위도 막바지다. 가만 있어도 땀이 흐를 정도다. 그래도 우리 집은 나은 편이다. 숲 속에 있어 아무리 더워도 에어콘을 잘 켜지 않고 여름을 넘긴다. 날씨가 더우면 추울 때와 달리 기운이 없어진다. 몸이 풀어지기 때문이다. 여름에 날씨가 더워 노인들이 돌아가시는 게 이해가 된다. 신문을 보면 외국에서는 폭서 때문에 사람들이 많이 사망한다.
모처럼 강동구 명일동에 있는 주양쇼핑상가에 갔다. 우리 집 근처에 있어 나는 주양쇼핑에 지금까지 수 없이 다녔다. 서울 시내 어느 백화점 보다도 내게는 친숙한 곳이다.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 손바닥처럼 잘 알고 있는 곳이다. 내일과 모레 이틀간 상가 전체가 휴가로 쉰다고 한다.
지하 식당가에는 여러 가지 먹을거리가 많다. 만두, 떡뽁이, 칼국수, 비빔밥 등 많은 음식들을 먹음직스럽게 만들어 놓았다. 밑반찬도 수 없이 만들어 놓았다. 나는 이런 곳을 구경하기를 좋아한다. 한 가지 한 가지가 먹고 싶은 것들이다. 만들기도 잘 만들어 놓았다.
하기야 손님들의 입맛이 까다로우니 정성껏 사람들의 입맛에 맞게 만들어 놓지 않으면 다른 곳으로 손님들이 발걸음을 옮기게 된다. 하루 종일 음식 냄새를 맡으며 일을 해야 하는 상인들이 힘들어 보였다. 더군다나 음식을 조리해야 하니 가스렌지를 켜놓고 그 옆에서 일을 해야 한다. 김치만두를 샀다. 애써 만든 그 노고를 생각하면서 먹으니 더욱 맛이 있었다.
팔당대교 쪽으로 드라이브를 했다. 비가 약간 내렸고 해가 들어가서 분위기가 좋았다. 하남시 미사리 부근에 강변도로의 확장공사가 많이 진척이 되고 있었다. 풍산동 아파트 택지개발사업도 많이 진행되었다. 하남시 문화예술회관 신축공사도 그렇고 하남시 공설운동장 신축공사도 시작하고 있었다.
서울춘천간고속도로로 하남과 덕소를 잇는 교량공사도 한참 진행중이었다. 가끔 지나가다 보면 한강에 새로운 다리를 하나 놓는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느낄 수 있다. 교량설계를 하는 사람, 시공을 하는 사람, 자재를 하나 하나씩 쌓아나가는 사람 들의 모든 머리와 노력으로 다리는 만들어진다. 공사 때문에 어수선하기는 하지만 개발된다는 기대감 때문에 기분은 좋다. 그리고 오래 살다 보니 어떤 변화를 준다는 것은 기분 전환도 되고 좋은 일이다.
라디오에서 배철수의 음악캠프를 들었다. 좋은 노래들이 많이 나온다. 나에게 맞는 음악은 아무래도 오래 된 음악들이다. 최신 음악은 가슴에 와닿지 않는다. 내가 좋아하는 음악들을 따로 테이프에 녹음하여 차안에서 들었으면 좋겠는데 그 일이 쉽지는 않다.
상일역 부근에 있는 재래시장에 갔다. 시장 안에 있는 나무들에서 매미소리가 매우 크게 들렸다. 예전에는 안 그랬었는데 왜 그렇게 매미들이 시끄럽게 크게 우는지 모르겠다. 이상할 정도였다. 원래 매미소리가 크지만 그래도 이렇게 시끄러운 건 처음 들어본다.
재래시장 상인들도 많이 휴가를 보내고 있는 것 같았다. 군데 군데 상인들이 문을 닫아 놓았다. 채소를 파는 아주머니는 고구마, 감자, 오이, 호박, 옥수수 등을 몇 가지 늘어놓고 팔고 있다. 호박 2개에 천원 한다. 양파 한 자루에 5천원이라고 쓰여있다. 그렇게 살아가고 있다. 나도 그들처럼 욕심 부리지 말고 살아야겠다는 마음을 가져본다.
얼마 전에 마포에 있는 어느 냉면집에 갔다. 작은 골목길에 있는데 식당 규모도 작았다. 그런데 손님들이 많았다. 안에 들어가 냉면을 주문했는데 무려 30분이나 기다려야 했다. 밖에는 손님들이 12명이나 기다리고 있었다. 무슨 까닭일까? 냉면이 그렇게 맛있은 것도 아니었다. 내 입맛에 맞지 않아서일까? 그래도 사람들이 즐겨 찾는데는 무슨 이유가 있을 것이다.
인근에 있는 다른 식당들에는 손님이 거의 없었다. 장사란 그런 것이다. 비슷한 장소에서도 업종에 따라 다르고 같은 업종을 해도 운영하는 사람에 따라 다르다. 불황이라는데 그처럼 손님이 많은 냉면집을 보면서 나는 세상 사는 이치를 또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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