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바쁜 하루였다. 눈코 뜰새 없이 바빴다. 수 많은 사람들을 만나 상의를 하고 기록을 보고 일을 했다. 여의도 방송국에 들러 필요한 일을 하고 나서 서울대 정문으로 갔다. 밤에 여의도에서 신림동까지 가는 길도 쉽지 않았다. 가까스로 도착하니 등산팀들이 준비하고 있었다.
어느 산악회에서 매주 목요일 관악산 야간산행을 하고 있다. 그 팀에 함께 따라가기로 한 것이다. 저녁 7시 50분 서울대 입구 관악산 매표소 광장 시계탑 앞에서 만났다. 모두 19명이 출발했다. 산행코스는 시계탑 - 호수공원 - 제4야영장 - 버섯바위능선 - 오봉능선 - 연주암위 칼바위(정상) - 깔닥고개하산 - 연주샘터 - 서울대 신공학관 - 서울대 교내도로 - 시계탑 도착이었다.
참가 회비는 1인당 1000원이었다. 발전기금 명목이다. 산행대장의 인솔에 따라 등산을 시작했다. 8시부터 시작한 산행은 몹시 빠른 속도였다. 회원들 모두 등산프로였다. 1시간을 올라가 도저히 그 속도로 따라갈 수가 없었다.
다른 회원 한 사람은 관절이 좋지 않아 중간에 하산하겠다고 했고, 나는 조금 천천히 올라가면 되겠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어 하산하기로 했다. 어느 회원 한 사람이 우리를 중간지점까지 하산안내를 하고 다시 올라갔다.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몰랐다. 밤에는 잘못 길을 들었다가는 길을 잃고 헤맬 우려가 있었다.
후라쉬 하나에 의존해서 내려오는 길은 위험하기도 했다. 관악산은 특히 돌이 많은 산이다. 중간에 내려와 서울대 교내로 들어갔다. 그곳에는 마을버스가 교내까지 들어와 운행하고 있었다. 우리는 그냥 걸어서 처음 출발한 지점까지 갔다.
모처럼 서울대 캠퍼스에 가보니 많이 달라졌다. 건물들이 많이 들어섰다. 나무들도 많이 자랐다. 캠퍼스가 커서 공학관으로부터 정문까지도 꽤 멀었다.
야간산행은 쉴 틈도 없이 올라가니 몹시 힘이 들었다. 그래도 햇볕이 없어 좋은 점도 있었다. 그냥 땅만 보고 올라가는 것이다. 올라가니 아래 동네의 야경이 보였다. 9월의 첫째날 밤을 산에서 보낸 것만으로도 나는 행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