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으로 출장을 가다
가을사랑
10월의 하늘은 파랗다. 뭉실 구름들을 넘어서 내려다 보는 하늘은 파란 바다였다. 창공에서 내려다 본 구름들은 마치 눈이 내려 쌓여있는 것처럼 보였다. 눈처럼 푹신한 느낌을 주었다. 비행기에서 뛰어 내리면 그 눈밭에 떨어질 것 같았다. 구름은 아름다웠다. 눈꽃의 축제가 펼쳐지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땅에서 쳐다보는 구름과 비행기에서 내려다보는 구름은 그렇게 달랐다. 똑 같은 구름이 어쩌면 그렇게 달라 보이는지 모르겠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위로 쳐다보는 경우와 아래로 내려다보는 경우는 전혀 다르다.
2005년 10월 28일 금요일 오전 9시 반경 인천공항으로 갔다. 탑승수속을 마치고 안으로 들어갔다. 주말과 달리 금요일과 같은 평일은 비교적 덜 붐빈다. 공항 서점에서 공지영 작가의 '우리들이 행복한 시간'이라는 소설을 샀다. 대한항공 Lounge로 갔다. 약간의 시간이 남아 몇 군데 전화를 하고 탑승을 했다. 비행기는 11시 30분경 이륙했다. 뉴욕까지는 14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예전에는 대개 알래스카 공항을 경유하거나 로스앤젤레스에서 내려 바꿔타고 갔는데 이번에는 직항노선이다.
비행기 안에서 나는 공지영 씨의 소설을 다 읽었다. 아주 재미있었다. 자살을 몇 차례 시도했던 여자 주인공이 살인죄로 사형선고를 받은 사형수를 만나러 다니면서 느끼는 인간의 본질에 대한 깊은 성찰이 밑바닥에 깔려 있는 소설이었다. 소설에서 사형수는 끝내 사형집행을 당한다.
옆 좌석에는 뉴욕에 사는 재미교포가 앉았다. 중국 출장을 3주간 다녀오는 길이라고 한다. 이런 저런 대화를 했다. 낯선 사람과 옆자리에 앉아 대화를 나눈다는 것도 조금은 피곤한 일이다. 서로의 공통점도 별로 없는 상태에서 가만히 있기 곤란하니 서로가 대화를 해야 하는 입장에서는 말이다.
비행기 안이라는 폐쇄된 공간에서 14시간을 혼자 앉아 간다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다. 그 과정에서 때로는 실존의 고독을 느껴보기도 한다. 삶이란 그래서 외로운 것이다. 가까운 사람과 동행하면 힘은 들어도 그런 고독이나 외로움을 느끼지는 않을 수 있다. 별로 마음 줄 수 있는 사람 없이 혼자서 여행한다는 건 그래서 특이한 경험을 하는 것이다.
나는 뉴욕까지 가면서 완전히 공지영 씨의 소설에 몰입했다. 공지영 씨와 함께 생각하고 느끼면서 14시간을 보냈다. 그러면서 지루함을 달랬고, 여행의 피로를 씻을 수 있었다. 작가에게 고맙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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