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ston에서 범종을 만나다

 

가을사랑

 

10월 30일 일요일에는 아침에 일어나니 방에 있는 시계와 내 손목시계가 한 시간 차이가 나 있었다. 이상했다. 휴대전화를 보니 역시 손목시계와 한 시간 차이가 있다. 영문을 알 수 없었다. 보스톤 가는 기차를 타기 위해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밖으로 나왔다. 호텔 후론트 데스크에 와서 물으니 정확한 시간은 휴대전화에 있는 시간이 맞는다고 했다.

 

뉴욕시내에 있는 기차역에 도착하니 7시반이었다. 오늘부터 서머타임[Day light savings time]이 해제되어 한 시간 빨라진 것이었다. 이날 오전 2시가 되면 미국 전역에서 시계바늘을 오전 1시로 돌려놓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한국과는 14시간의 차이가 나게 되었다.

 

그걸 모르고 있다가 한 시간 빨리 기차역으로 나온 것이었다. 기차는 10시에 출발하게 되어 있었다. Amtrak을 타기 위해 2시간 반이나 기다려야 했다. 시간이 많이 남아 한인타운으로 가 강서회관 식당에서 아침식사를 했다. 김치찌개를 시켜 먹었다. 김치찌개는 8불 95센트다. 아침이라 계란 후라이도 하나 서비스로 주었다. 코리아타운은 40-2 west 32nd st, Broadway에 있다.

 

오전 10시 정각에 암트랙 비지니스 클래스를 탔는데도 기차는 보스톤까지 4시간반이나 걸렸다. 기차는 Stamford, Bridgeport, New Haven역 등을 순차로 지났다. 기차역을 지날 때마다 느끼는 것이 낙서가 많이 눈에 띄었다. 이름을 알 수 없는 사람들이 써놓은 낙서는 아주 예술적으로까지 보였다. 왜 그렇게 많은 낙서를 해놓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가을햇살은 끊임없이 그 낙서들의 의미를 추구하고 있었다. 기차는 중간에 대부분의 역에서 정차를 하는 것이었다. 뉴욕에서 보스톤까지 가는 기차에서 밖을 내다 보니 가을 풍경이 너무 아름다웠다. 은은하게 단풍이 들어 있는 주변의 나무들이 운치를 더해 주었다.

 

나는 그 가을풍경에 푹 빠져 기차여행을 즐겼다. 기차를 타고 바깥 풍경을 구경하는 것은 또 다른 맛이 있다. 버스나 비행기, 배와는 또 다르다. 기차가 지나가는 길이 대부분 산 밑이거나 바다 옆, 또는 기차길 양쪽으로 나무나 숲이 많이 있기 때문이다. 기차는 가끔 바다 옆을 지나갔다. 미국 동부해안을 따라 가는 것이다. 바다는 가을색을 받아 더욱 은은해 보였다. 기차는 바다를 껴안고 달리고 있었다. 숲이 바다 사이에 있어 더욱 운치를 보였다. 그 숲에는 고요가 숨어있었다.

 

기차는 가끔 기적소리를 냈다. 그런 신호를 해야할 필요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소리가 정겹게 들렸다. 내가 어렸을 때 기차길 옆집에서 살았기 때문에 더욱 그런 향수를 느끼는 것인지 모른다. 기차안에서는 책을 보기가 더 어려웠다. 철로 때문에 계속 흔들렸다.

 

보스톤 사우스 스테이션에 내려 범종을 만났다. 나를 기다리느라고 2시간 넘게 고생을 했다. 범종과 함께 보스톤 브루크라인에 있는 일식당을 갔다. 브루크라인은 보스톤에서 가장 부유한 층이 사는 동네다. 그 일식당은 전에도 두 차례 가본 곳인데 손님들이 여전히 많다. 식사를 한 후 컴퓨터매장에 들렀다. 범종이 컴퓨터를 샀다. 쉐라톤 호텔에 체크인을 하고, 다시 밖으로 나왔다.

 

재즈쇼를 보러 갔는데 이미 끝나서, 그 호텔 1층에서 스테이크로 저녁식사를 했다. 다시 돌아와 푸르덴셜 빌딩 꼭대기에 있는 스카이라운지에 가서 맥주를 마셨다. 보스톤의 야경이 아름다웠다. YMCA 빌딩의 네온사인이 유난히 눈에 띄었다. YMCA 부근에는 범종이 처음 살던 아파트도 있고, 현재 살고 있는 스듀디오도 있다. 노스이스턴 대학교 캠퍼스가 있다. 그곳이 주로 우리가 왔다 갔다 하던 곳이다.

 

범종의 말에 의하면, 같은 학교에 다니는 한국에서 온 여학생이 밤 늦게 숙소에 가다가 흑인 강도를 만났다고 한다. 강도가 갑자기 뒤에서 뒤를 돌아보지 말고, 핸드백만 달라는 말에 뒤를 돌아보았더니, 흑인은 벽돌로 여학생의 얼굴을 세게 때리고 핸드백을 빼앗아 도망갔다고 한다.

 

한국 유학생들이 모금을 해서 주었고, 현상금을 1만불이나 걸었다고 한다. 범인은 아직까지 못잡고, 여학생의 얼굴은 심하게 망가졌다고 한다. 얼마나 억울한 일인가? 미국의 밤거리는 조심해야 한다. 그러고 보면 강도범은 엄벌해야 한다. 당한 피해자의 입장에서 보면 얼마나 나쁜 사람인가? 돈을 빼앗기 위해 멀쩡한 사람을 때리고 죽이고, 망가뜨린다. 사람을 해치지 않는 절도범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10월 31일 월요일 아침 일찍 일어나 노스이스턴 대학교 캠퍼스로 갔다. 그 캠퍼스에 가면 나는 항상 작은 연못을 유심히 쳐다 본다. 그곳에 있는 작은 오리새끼들을 또 찾아보았다. 오리는 여전히 연못 위를 떠다니고 있었다. 오리의 발을 쳐다보았다. 무척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래야 물위에서 방향을 잡는 모양이다.

 

캠퍼스 옆에 있는 세븐일레븐에 들어가 빵과 오렌지쥬스를 사서 먹었다. 아침 운동 뒤에 먹는 간식은 매우 맛이 있었다. 한참 걷다가 산책을 하고 돌아와서 범종과 함께 식사를 하고 Back Bay Station으로 갔다. 돌아올 때는 Amtrak First Class 를 탔다. 편도로 160불이다. 이국 만리 먼 곳에서 범종과 헤어지니 서운했다. 혼자 남겨 두고 오는 마음이 허전했다.

 

비즈니스 클래스는 110불 정도다. 나중에 알고 보니 Amtrak 이 아닌 액셀레이터라는 다른 종류의 열차가 있다고 한다. 그 열차로 뉴욕과 보스톤 구간이 2시간 반 정도 걸린다고 한다. 내가 오전 10시 20분 탄 Amtrak은 돌아올 때는 보스톤에서 뉴욕까지 3시간 반 정도 걸렸다. First Class 칸에서는 간단한 식사도 내주었다.

 

뉴욕역에서 내려 걸어서 힐튼호텔로 돌아왔다. 호텔에서 혼자 쉬다가 밤 늦게 11시경 밖으로 나갔다. 오늘은 핼로윈데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재미있는 복장과 가면등을 쓰고 장난을 하고 있었다. 1986년 시애틀에서 유학을 할때는 핼로윈데이의 실상을 몰랐다.

 

가장 번화하다는 뉴욕시의 브로드웨이에서 보는 핼로윈데이는 그야말로 미국인들의 커다란 축제였다. 시커먼 곰이 되어 다니는 사람, 무서운 가면을 쓴 사람, 예쁜 공주옷을 입은 여자들, 그중에는 한국 유학생들로 보이는 사람들도 가끔 눈에 띄었다.

 

'수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차 적응기간  (0) 2005.11.05
뉴욕에서 보내는 가을편지 [4]  (0) 2005.11.04
뉴욕에서 보내는 가을편지 [2]  (0) 2005.11.03
뉴욕에서 보내는 가을편지 [1]  (0) 2005.11.03
남산의 가을 풍경  (0) 2005.10.27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