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의 한인타운
가을사랑
11월 1일 화요일 아침에 일어나 한인타운으로 갔다. P사장은 나 때문에 새벽부터 일어나 고생을 한다. 미안했다. 함께 아침식사를 했다. 교포가 운전하는 차량을 타고 존에프케네디 공항으로 갔다. 공항 가는 길에는 가을이 내려 있었다. 단풍으로 물들은 뉴욕의 가로수들이 눈에 들어왔다. 은은하게 깊어 간 가을이 뉴욕을 덮고 있었다. 그 속에 우리들의 사랑도 스며 들어왔다. 나는 눈을 감았다.
공항에 도착하니 출발시간이 2시간이나 남았다. 까다로운 검색절차를 통과하고 안으로 들어갔다. The Age of Anxiety 라는 책을 샀다. 26불이다. 저자는 퓨리처 상을 수상한 저널리스트인 헤인즈 죤슨(Haynes Johnson)이다. 1950년대의 미국 맥카시선풍에 이어 2000년대의 9.11테러까지 불안한 사회현상을 분석한 책이다.
공항의 면세점을 둘러보았으나 사고 싶은 물건은 하나도 없었다. 예전에는 술에 관심이 많았으나 요새는 별로다. 대한항공 라운지에 들어갔다. first class 는 lounge도 별도로 설치되어 있다. business class 와도 구별되어 있다. 그래서 그런지 first class lounge 는 조용하고 사람도 거의 없었다. 나는 그곳에서 방금 전에 산 영어책을 읽었다.
first class lounge에서 나는 커피를 마시며 밖은 내다보았다. 뉴욕 공항이 눈에 들어왔다. 비행기는 계속해서 뜨고 내리고 있었다. 어디론가 먼 길을 떠나는 사람들, 어디선가 먼 곳에서 오는 사람들. 그 사람들 때문에 공항은 존재하고 있었다.
예정보다 하루 앞 당겨 서울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비행기에 타고 나서 나는 와인을 세잔 정도 마셨다. 기내식 후 누웠더니 피곤해서 그런지 잠이 들었다. 7시간 정도를 그냥 잤다. 불편하지만 그런대로 잘 잤다.
비행기는 끝없이 먼 길을 날고 있었다. 나는 혼자서 많은 생각에 잠겼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를 명확하게 방향지으려고 애썼다. 머리 속은 혼란스러웠지만, 시간을 아껴 에너지를 집중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인천에 가까이 오면서 창밖을 보니, 구름이 너무 아름다웠다. 구름바다였다. 구름눈산이었다. 구름을 뭉치면 커다란 눈사람이 만들어질 것 같았다. 오후 5시 마침내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또 많은 사람들 속에 뒤섞여 걸어가고 있었다. 낯선 사람들 틈에 서 있어야 했고, 입국심사와 세관심사 등 계속되는 심사를 받아야 했다.
밖으로 나오니 늦가을의 공기가 가슴 속에 들어왔다. 10월을 떠나 보낸 마음이 허전하기도 했다. 606번 버스를 탔다. 조용하게 가을풍경을 감상하고 오는데, 뒷좌석에 앉은 두 남자가 커다란 소리로 떠든다. 무슨 대화를 하는 것인데 무엇 때문에 그렇게 큰 소리로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한 남자는 연신 휴대전화로 통화를 하면서 버스 안이 다 들리도록 큰 소리로 말한다. 아무도 그 남자의 무례함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이번 출장 때는 유난히 시차 때문에 고생을 했다. 왜 그런지 이유는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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