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살아가는 길에는 매우 다양한 형태의 삶의 모습이 나타난다.

 

아는 사람의 상가에 갔다. 서울대병원이다. 의과대학 정문을 통해 안으로 들어갔다. 은행나무들이 노란 모습으로 서있다. 아주 오랜 시절, 형님과 함께 의과대학 도서실에 다니던 생각이 났다. 눈물이 핑돌았다. 그 어린 시절의 추억이 나로 하여금 감상적인 분위기에 빠지게 만들었다.

 

세월은 가고, 추억은 남는 것!

 

상가란 아주 전형적인 방식으로 구성된다. 문상 받는 곳에 국화꽃이 놓여지고, 영정이 있고, 촛불과 향불이 피워진다. 그리고 옆 방에는 식사를 할 수 있는 장소가 있다. 죽음을 애도하는 조화들이 누가 보냈는지를 알려주는 이름을 달고 서있다. 사람들은 웬만하면 슬픔 보다는 남아있는 사람들과 돌아가신 분에 대해 형식적인 인사를 주고 받는다.

 

그러므로 죽는 사람만 억울하다.

 

몇 년전에 어느 상가에 가려고 했더니, 중간에 사람이 하는 말이 상가에 가지 말라고 했다. 그 이유를 물었더니, 문상을 받다가 자식들 사이에 재산배분문제로 싸움이 벌어져 험학해진 상황이라고 했다. 그래서 문상도 제대로 못받고 싸움을 계속하고 있다는 말이었다. 나는 아연하고 말았다. 재산이 많아도 그런 불행이 닥쳐온다. 누가 중재하기도 곤란한 일이다. 그 상가에서는 형제들이 각자 변호사들을 불러 법적인 협의를 하고 있다고 했다.

 

가끔 그런 일이 일어난다. 상식을 가진 사람들로서는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운 현상들이 우리 사회에는 일어나고 있다.

 

모처럼 들어가 본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구내를 걸으며, 나는 은행잎을 보면서 삶과 죽음의 현실적 의미를 깊이 생각해 볼 시간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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