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제법 많이 왔다. 날씨가 변덕스럽긴 하지만, 그래도 봄은 봄이다. 아주 추운 기운은 사라졌다.

 

사람들은 나이를 먹어가면서 지켜야 할 일들이 많다. 그런데 가장 안타까운 것은, 모든 것을 돈에 맞추어 따지고 물질적인 욕심으로 가득 차게 된다는 점이다.

 

대화의 내용도 태반이 물질에 관한 것이다. 누가 돈을 벌었는지, 그리고 얼마나 재테크를 잘 하고 있는지에 관한 것이다. 강남의 아파트 값이 너무 올라 심한 소외감을 느끼게 한다. 진작 강남에 들어오지 못한 사람은 이제는 강남으로 이사 올 엄두도 내지 못한다. 아파트 값이 10억원씩 올랐다고 하는 말을 들으면 기가 막힌다.

 

L 선배를 만났더니,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65평을 8억원에 샀는데 지금은 이십몇억원이 된다고 한다. 다른 사람들이 돈을 벌었다는 말을 들으면 공연히 기분이 씁쓸해진다. 너무 많은 돈을 쉽게 벌어서일까?

 

가급적 돈 이야기는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사실 돈 이야기를 해봤자 현실적으로 별로 도움이 되는 일도 없다.

 

사람들이 또한 나이를 먹을수록 진실을 감추고 위선적인 대화와 행동을 하기 때문에 순수성을 상실하게 된다. 순수해 보았자 얻는 게 없어서일까?

 

나이 든 사람들과 대화를 하고 있으면, 그들의 얼굴과 표정에서 아주 무감각한, 세파에 찌들은, 그래서 감성을 상실한 것처럼 보인다. 그럼 나도 그들을 닮아 함께 그렇게 될 지 모른다.

 

가끔 사람들에게 실망을 하게 된다. 특히 공연히 말이 많고, 붙임성 있게 행동하는 사람들의 나중을 보면 더욱 그렇다. 그게 그 사람의 성격인 모양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으례 그러려니 하고 대해야 하는 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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