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윤석은 오늘도 하루 종일 바빴다. 자신이 직접 모든 수술을 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특히 금요일 오후에는 더욱 바쁜 시간이었다. 예전과 달리 젊은 사람들만이 아니라 나이 든 사람, 남자 손님도 성형수술에 관심이 많았다. 얼짱이 되려고 몸부림을 치고 있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대학 다닐 때 취미로 그림을 그렸던 것이 도움이 됐는지 윤석의 수술솜씨가 좋다는 평을 받아 강남에서 손님을 끌게 되었다.

 

강남에는 성형외과 전문병원이 밀집해 있다. 특히 압구정동, 신사동, 논현동 등지에는 길거리에 성형외과 간판이 쉽게 눈에 띈다. 다른 병원들은 손님이 줄어 문을 닫기도 하고, 병원건물 임대료가 비싸 부담스러워 변두리로 옮기는 사례도 많다고 하는데, 성형외과만은 그렇지 않았다. 비싼 비용을 내고, 그것고 의료보험대상도 아닌 수술을 받는 사람이 자꾸 늘어나기 때문이다.

 

성형외과는 번화한 곳에 위치해 내부시설도 아주 고급스럽게 하기 때문에 개설 및 유지에 드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 이처럼 경쟁이 치열한 강남에서 윤석이 성형외과 의사로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그동안 피나는 노력과 손님을 다루는 노하우를 익혀서 가능했던 것이다. 


수술을 마치고 잠시 쉬면서 휴대전화를 보니 서영의 메시지가 찍혀 있었다.

‘7시, 인터콘티넨탈, 로비라운지’

윤석은 서둘러 옷을 갈아 입고 차를 탔다. 하루의 피로감이 밀려오고 있었다. 거리에는 퇴근을 하는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바삐 걸어가는 사람들,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 거리에서 무언가 팔고 있는 사람들이 금요일 저녁시간임을 알리고 있었다.


라디오를 켜니 의사 변호사 등 전문직 고소득자, 예식장 모텔 등을 경영하는 고소득 자영업자들을 상대로 정밀세무조사를 벌여 엄청난 세금을 추징했다는 뉴스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국세청은 탈세혐의가 짙은 고소득 자영업자들에 대해 세무조사를 실시해서, 소득을 축소 신고하는 수법으로 탈세를 한 사람들로부터 1,000억원이 넘는 세금을 추징했다는 것이었다.

 

고소득 전문직 자영엉자들의 탈루 소득이 부동산 투기 등 재산증식의 자금으로 사용되면서 부의 양극화 현상을 낳은 것으로 보인다는 논평도 들렸다. 이들은 신용카드결제를 받지 않고 현금결제를 유도함으로써 현금으로 받는 수입금액은 매출금액신고를 할 때 누락시 매출분을 누락하거나 부동산 매매소득을 신고하지 않는 방법으로 탈세를 했다고 한다.

 

매출과정에서 신용카드결제를 받지 않고 가급적 현금결제를 유도해 왔다. 라디오에서는 특히 사회 지도층으로서 모범이 돼애 할 의사, 변호사, 세무사 등이 탈세에 앞장서고 있다는 사실은 탈세가 전방위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을 입증한 셈이라고 꼬집었다. 사실 사업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탈세는 관행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물론 안 그런 사람도 많이 있다.

 

아직도 일부 사회에서는 탈세의 유혹과 미련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건 아마도 오래된 관행의 탓이리라. 일부 사람들은 여전히, 세금을 법대로 다 내면 남는 것이 없고, 사업을 할 수 없는 것이 아니냐? 또 왜 나만 정직하게 세금을 내면 손해 아니냐?라는 잘못된 인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윤석도 은근히 겁이 났다. 혹시 세무조사를 받게 되면 어쩌나? 너나 할 것 없이 제대로 세금신고를 하지 않을 것인 데, 특별히 세무조사를 받아 거액을 추징 당하는 사람들은 얼마나 억울할 것인가는 생각이 들었다. 윤석은 자신이 돈을 많이 벌고 있고, 사회적으로 부와 명예를 가지고 있지만, 세금 문제만 나오면 어딘지 모르게 양심이 찔리고 께름직했다. 그러나 자신에게 설마 그런 일이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면서 마음은 어느 새 서영에게로 가 있었다.


호텔 입구에 들어서자, 윤석은 마치 자신이 귀족이 된 듯한 느낌이 들었다. 유럽 스타일의 제복을 입은 도어맨이 경례를 하면서 윤석을 맞았다. 웅장한 호텔 건물은 웬지 묵직해 보였고, 무게가 있었다. 그래서 윤석은 즐겨 이 호텔을 이용했다. 특히 1층 로비라운지는 천장이 높아서 마치 자신이 유럽 어느 도시에 와 있는 착각을 일으키게 했다. 


서영은 미리 와 있었다. 오늘 따라 밝은 색의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무언가 기분 좋은 일이 있는 모양이었다. 늘상 들고 다니는 검은 색의 샤넬백이 유난히 돋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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