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척 피곤해 보여요.”

“괜찮아. 손님이 많아서 하루 종일 바빴어. 잘 있었어?”

“네”

“샵은 괜찮아?”

“불경기라 손님이 많이 줄었어요.”

“하긴 요새 다 그렇다고 그래. 웬만한 곳은 모두 현상유지도 어렵대.”

“힘들어도 참고 열심히 해야지요. 뭘”


윤석은 서영의 밝은 모습이 맘에 들었다. 처음 볼 때부터 서영은 항상 미소를 띄고 세상 모든 일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었다. 강남에 헤어샵을 오픈할 때부터 주위에서는 걱정을 많이 했지만, 그래도 꿋꿋하게 잘 하고 었다. 워낙 열심히 노력을 하고, 타고난 감각이 있어서 서영의 샵에는 꾸준히 손님이 있었다.


서영은 자신이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는 타입이었다. 한눈을 팔지 않고, 자신의 직업이 세상에서 가장 좋고 보람있는 일이라고 믿고 있었다. 그래서 일을 재미있어 했다. 하루 하루 재미 있게 보내다 보니 너무 빨리 지나간다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3년 전이었다. 서영이 윤석의 병원에 처음 왔을 때 윤석은 서영의 미소에 반하고 말았다. 밝은 미소를 지으며, 상냥한 목소리로 말을 하는 서영을 보고 윤석은 의사와 고객의 관계를 순간적으로 잃어버렸다. 그냥 지나쳐서는 평생 후회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어떻게 다른 관계로 발전시킬 자신도 없었다. 그래서 서영의 수술을 최대한 성의를 가지고 열심히 해주자고 마음 먹은 것으로 그쳤다. 서영에 대한 쌍커풀 변형과 코수술 등은 윤석이 최대한 실력발휘를 해서 아주 좋은 결과가 나왔다.


자신의 이상형을 만드는 그리스 시대의 조각가처럼 온 정성을 다 바쳤다. 간호사들도 그 수술 후의 모습이 너무 아름다워졌다고 난리였다. 서영도 결과에 아주 만족했고, 윤석에게 몹시 고마워했다. 물론 돈을 받고 해 준 의사와 고객 관계였지만, 윤석의 마음에는 그때부터 작은 동경이 싹텄다.


한 달쯤 지난 후 서영은 다시 병원에 들렀다. 수술 경과를 확인해 보려고 했던 것이었지만, 내심 감사의 표시를 하기 위한 것이었다. 서영의 수술경과 또한 아주 좋았다. 그래서 간단히 상태를 보고, 서영은 돌아가려고 했다. 서영이 지나가는 말로, 윤석에게 고맙다고 하면서 언제 차라도 대접하겠다고 하자, 윤석은 이를 진지하게 받아들여 자신이 차를 살테니 언제 시간을 내달라고 했다. 그래서 두 사람은 밖에서 만나게 되었다. 그게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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