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체에 대한 검사의 압수수색


                                              가을사랑

 


2006년 3월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에서는 조세포탈혐의와 관련해 론스타 한국 사무소를 전격 압수수색했고, 비자금사건과 관련해 현대차그룹 본사를 압수수색했습니다. 철저한 보안 속에서 기습적으로 수색하는 과정에서 벽면에 설치된 비밀금고를 찾아내고, 비밀번호까지 사전에 알아내 몇십억원의 현금 등을 압수한 것은 매우 놀라운 일이었습니다.

중소기업체를 경영하는 박 사장(가명)은 중국에 출장을 갔습니다. 중국에서 바이어들과 회의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회사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검찰청에서 수사관들이 나와 압수수색을 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비자금을 조성해서 사용한 업무상횡령과 탈세혐의 때문이라는 것이었습니다.

 

박 사장은  볼 일도 제대로 보지도 못하고 급히 귀국하였으나, 장부도 돌려받지 못하고 수사는 계속되어 업무는 마비되었고, 회사가 곧 망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아  부도가 나고 말았습니다.

기업을 경영하면서 비자금을 조성하거나 탈세를 하게 되면, 그러한 내부사정을 아는 사람들이 수사기관에 제보를 하게 됩니다. 수사기관에서는 이러한 제보를 근거로 은밀하게 내사를 하여, 어느 정도 범죄사실에 대한 수사단서가 포착되면 법원으로부터 영장을 받아 압수수색에 들어갑니다. 그러다 보면, 기업체의 입장에서는 아무 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갑자기 압수수색을 당하게 되는 것입니다.

범죄수사에 있어서는 증거확보가 가장 중요하고, 그 방법으로 압수수색이 필요합니다. 종래 피의자의 자백에만 의존하는 수사방식을 지양하고, 물적 증거에 기초한 과학적인 수사를 추구하는 현대수사기법은 압수수색을 통해 증거를 발견하는 것이 수사의 성패를 좌우하게 되었습니다.

압수란 수사기관이 어떤 물건에 대해 강제적으로 점유를 빼앗고, 그 점유를 계속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강제처분을 말합니다. 수색이란 수사기관이 물건이나 사람을 찾기 위하여 일정한 장소나 사람의 신체에 대하여 행하는 강제처분을 말합니다. 수사기관은 수사목적을 위하여 어떤 물건이 증거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하면 이를 수색하여 압수할 수 있습니다.
 
압수수색은 당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프라이버시가 침해되고, 사업체에 치명적인 타격을 받게 됩니다. 기업체가 압수수색을 당했다는 언론보도가 나가면 대외신인도가 급격하게 떨어지고, 엄청난 이미지손상을 받게 됩니다. 중요한 회계자료, 장부 등이 압수되어 기업의 정상적인 영업활동을 할 수가 없게 됩니다.

 

수사기관은 인신구속과는 달리 증거물에 대한 압수수색과정에서는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잘못 압수했으면 돌려주면 되고, 사람이 구속된 것은 아니지 않느냐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수사목적에 국한하지 않고 매우 광범위한 압수를 하게 됩니다. ‘장부 일체를 싹 쓸어온다’는 표현이 관행적으로 사용될 정도입니다.

물론 압수수색의 경우는 합목적적 요소가 강하고, 대인적 강제처분에 비해 인권침해 정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압수수색을 함에 있어서도 범죄에 대한 혐의가 있어야 합니다.

 

헌법은 인신구속과 압수수색을 동일하게 법관의 영장에 의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압수수색은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주거의 자유,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하는 강제처분에 해당합니다.

헌법 제12조와 형사소송법 제215조는 ‘수사기관이 압수수색을 하려면 법관이 발부한 영장이 있어야 한다’는 영장주의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사기관은 법원으로부터 포괄영장을 발부받아 매우 광범위한 압수수색을 해왔고, 수사를 무제한 확대시켜나가는 등으로 제도를 남용하는 사례가 있었습니다.

 

또한 법원에서는 수집절차가 위법하더라도 증거물 자체의 성질과 형상은 변하지 않는다는 근거에서 위법수집증거의 증거능력을 인정하는 태도를 취하고 있습니다.

부당한 압수수색이란, 압수수색의 대상 등을 구체적으로 명확하게 하지 않고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거나, 수사목적의 범위를 넘어서는 불필요한 압수수색을 하는 경우를 말합니다. 또는 압수수색을 해 놓고 수사를 진행하지도 않으면서 압수물을 돌려주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계좌추적과 관련해서, 이른바 연결계좌를 모두 추적하는 편법도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단순히 참고인의 지위에 있는 사람들에 대한 무차별적인 압수수색이나 계좌추적, 감청 등도 빈번히 일어나고 있는 실정입니다.

최근 법원에서도 압수수색영장 발부시 그 대상과 범위 등에 대해 엄격하게 심사하고 있는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검찰도 종래의 저인망식 압수수색에서 벗어나, 혐의사실과 관련 있는 부분만을 집중적으로 압수수색하고 기업체의 영업활동에 지장을 주지 않도록 최대한의 배려를 하려고 노력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수사목적상 압수수색의 필요성이 점차 증대하고, 이에 따라 수사기관이 압수수색의 대상과 범위가 늘어나고 있으므로 압수수색에 대한 사법적 통제는 더욱 강화되어야 할 것입니다. 압수수색은 형사소송법의 원칙에 따라 일괄영장이 금지되어야 하고, 영장에 기재되지 않은 제3자에 대한 수색 및 압수는 허용되어서는 안 됩니다.

 

압수 대상 역시 특정되어야 하며, 영장에 기재된 물건 이외에는 압수대상이 되어서도 안 될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위법하게 압수된 증거물에 대한 증거능력 문제도 근본적으로 재고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위법부당한 압수수색을 한 수사기관에 대해서는 법적 책임을 엄격하게 추궁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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