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살아가는 모습


                                                  가을사랑


 

 

헌법재판론 강의도 이제 4번만 하면 1학기가 끝난다. 너무 빨리 지나가는 것 같다. 처음 강의를 시작할 때는 걱정도 많았다. 학생들이 무엇을 원하고, 어느 정도 가르쳐야 될지 잘 몰랐기 때문이다.


한 학기 강의를 하기 위해 나름대로 공부도 많이 했다. 강의안을 만든 것도 A4 용지로 400쪽이 넘는다. 학생들이 열심히 강의를 듣는 모습을 보니 보람도 느낄 수 있었고, 더 열심히 해야 하겠다는 사명감도 생겼다. 그러면서 나로서도 공부도 많이 되었다.


강의만 하는 것이 아니라, 사무실에서의 일이 바빠 눈코뜰새 없이 보낸 몇 달이었다. 사건 때문에 울고 웃는 의뢰인들과 문제해결을 위해 머리를 맞대고 상의하다 보면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모른다.


머리를 식히기 위해 틈이 나면 산을 찾았고, 강을 바라보았다. 숲 속에서 듣는 새소리는 기쁨을 주었고, 파란잎들은 내 생명을 느끼게 해주었다. 4월의 꽃앞에서는 눈물도 글썽거렸다.


살아온 대로 살아갈 수밖에 없다는 철학을 깨달은 건 내가 능력이 부족해 그런 것일게다. 내 감성대로, 많은 것을 느끼면서 살아가겠다는 건, 내가 어느 정도 인간적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1년 넘게 계속해 온 블로그 ‘가을사랑’도 이제는 내 삶의 일부가 되었다. 내가 사랑하는 대상으로 자리를 잡으면서, 나는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붓고 있다. 다만, 내 블로그에 들어오는 여러분들이 나를 시인이나 작가로 오해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이다.


혹여 내가 블로그의 글을 통해 교만한 모습을 보인 적이 있으면 진심으로 사과를 드린다. 블로그는 어디까지나 나의 생활기록이며, 내가 보고 느낀 삶의 체험들을 정리해 놓는 장소에 불과하다. 더 늙어서 내가 걸어온 길을 뒤돌아보기 위한 공간이다.


오늘 오후에도 어둡기 전에 청계산 매봉에 올랐다. 누가 뭐래도 말이 없는 산에 올라 인생을 깨닫고 더 늦기 전에 삶의 솔직한 모습을 보고 싶어서였다. 2시간 가까운 산행에도 몸이 별로 피곤하지 않은 건 마음을 비웠기 때문일까? 솔바람에 흔들리는 잎새에서는 사랑이라는 향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수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검단산  (0) 2006.05.21
북한산  (0) 2006.05.21
떨어진 꽃잎, 멀어진 사랑  (0) 2006.05.18
미사리카페  (0) 2006.05.17
조수미 독창회  (0) 2006.05.16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