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정치자금과 공천헌금
가을사랑
“의원님, 이번에 제가 고향에서 시장으로 출마하고자 하는데, 저를 당에서 공천받도록 해 주십시오. 평생 은혜를 잊지 않겠습니다.”
“알았습니다. 공천은 걱정하지 말고, 선거운동이나 열심히 하십시오.”
어렸을 때 서울로 올라와 사업을 해서 성공한 A 사장은 지방선거에 출마해 고향에서 시장을 하려고 마음먹었습니다. A 사장은 당선이 되기 위해서는 유력한 정당의 공천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지역구 현역 국회의원을 찾아갔습니다.
A 사장은 공천을 받게 해달라고 부탁하면서, 국회의원인 B에게 1억원을 교부했습니다. 그 후 A 사장은 B 국회의원의 적극적인 추천에 의해 정당의 공천을 받아 시장에 출마하여 당선되었습니다.
가상의 사례이지만, 현실적으로 공천을 받기 위해 공천에 영향력이 있는 국회의원에게 돈을 주는 사례가 적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이처럼 정당의 공천을 둘러싸고 금품이 수수되는 것은 민주사회에서 기대되는 정당의 역할에 비추어볼 때 정치풍토를 오염시키고, 그 정당을 지지해 준 국민들에 대한 배신행위입니다.
5. 31.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당의 공천과정에서 불법정치자금이 오고 갔다는 의혹들이 많이 제기되었고, 심지어 어느 정당에서는 그러한 의혹들을 자체 조사하였으나, 실체를 밝히는 데 한계가 있다면서 소속 국회의원들에 대해 검찰에 수사의뢰를 하기도 하였습니다.
수사가 시작되면 국회의원들은 우선 돈을 받은 사실 자체를 부인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돈을 준 사람도 굳이 돈을 준 사실을 밝힐 이유가 없기 때문에 준 사실이 없다고 진술하게 될 것입니다.
그러다가 검찰에서 계좌내역 등 자금흐름을 추적하여 돈을 받은 사실이 밝혀지면, 특별당비나 후원금 등 정치자금을 받은 것이고 공천관련 부탁은 없었다고 돈을 받은 명목을 부인하게 됩니다.
국회의원은 공무원의 신분에 해당하므로, 국회의원으로서 법령상 담당하는 직무와 관련하여 금품을 받으면 뇌물죄가 성립하게 됩니다.
대법원은 국회의원이 그 직무권한의 행사로서의 의정활동과 전체적 포괄적으로 대가관계가 있는 금원을 교부받았다면 그 금원의 수수가 어느 직무행위와 대가관계가 있는 것인지 특정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 이는 국회의원의 직무에 관련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판시하였습니다(대판 1997. 12. 26. 97도2609).
그러나 국회의원이 소속 위원회나 본회의에서의 법안제출권한이나 표결권 등의 권한행사와 관련된 사항이 아닌, 자신이 소속한 정당의 공직선거후보자를 공천하는 업무는 국회의원의 공적인 직무라고는 볼 수 없으므로, 이와 관련하여 금품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뇌물죄에 해당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국회의원이 정당의 공천심사업무를 담당하면서 후보자로부터 부정한 청탁을 받고 금품을 받은 경우에는 형법상 배임수재죄가 성립할 소지가 있습니다.
그런데 국회의원과 공직선거후보자가 서로 말을 맞추어서 공천을 대가로 돈을 준 것이 아니고, 특별당비나 후원금 등 정치자금을 주고받은 것이라고 주장을 하면, 배임수재죄로 의율하는 것도 어려울 수 있습니다.
정치자금법은 제2조 제1항에서 “누구든지 이 법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정치자금을 기부하거나 받을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고, 제6조 제2호, 제10조, 제17조는 국회의원의 경우 개인으로부터 직접 정치자금을 기부받을 수는 없고, 개인이 후원회에 기부한 정치자금을 그 후원회로부터 다시 기부받는 방법에 의해서만 정치자금을 받을 수 있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제45조는 이 법에 정하지 아니한 방법으로 정치자금을 기부하거나 기부받은 자는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있습니다.
정치자금법은 법에서 정하고 있는 당비, 정당이나 국회의원 등의 후원회에 의한 후원금, 정당에 대한 정치자금의 기탁, 국가의 정당에 대한 보조금지급 등의 정상적인 방법에 의하지 아니하고 개인적이고 음성적인 정치자금을 받은 자를 처벌하려는 것이므로, 국회의원이 후원회를 통하지 않고 개인으로부터 직접 정치자금을 받은 경우에는 후원회 명의의 영수증을 교부하였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후원회를 통하지 않고 정치자금을 받은 행위 그 자체에 의하여 법 제45조 제1항에 따른 책임을 면할 수 없게 됩니다(대법원 2006. 2. 10. 2004도7670).
그리고 정치자금법 제32조, 제45조 제2항 제5호는 공직선거에 있어서 특정인을 후보자로 추천하는 일과 관련하여 정치자금을 기부하거나 받는 사람을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공직선거에 있어서 특정인을 후보자로 추천하는 행위와 관련하여 금전이 수수되었다 하여도 그것이 정치활동을 위하여 제공된 것이 아니라면, 정치자금법 45조에 규정된 정치자금부정수수죄가 될 수 없다고 판시하였습니다.
따라서 정치활동을 위하여 제공된 것이 아닌 한 정치자금법위반으로 처벌하는 것도 어렵습니다.
대법원은 공직선거법 제113조는 지방자치단체장의 후보자가 되고자 하는 자는 당해 선거구안에 있는 자나 기관 단체 시설 또는 당해 선거구의 밖에 있더라도 그 선거구민과 연고가 있는 자나 기관 단체 시설에 기부행위를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후보자가 되려고 하는 자의 기부행위는 그것이 선거운동이 되는지 여부에 관계없이 정치자금법 제112조 제2항이 허용하는 예외에 해당하지 아니하면 법 제113조가 금지하는 기부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됩니다.
이런 취지에서 시장선거에 출마하려고 국회의원의 동생에게 후보공천과 관련하여 금전을 제공한 행위에 대하여 공직선거법 제113조가 금지하는 기부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대판 1999. 3. 23. 99도404).
따라서 공천과 관련하여 금품을 주고 받은 행위는 공직선거법 제113조 위반으로 처벌이 가능할 것입니다. 제113조에 해당하는 경우, 제257조 제2항에 의하여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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