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마사
가을사랑
안마사는 시각장애인만 할 수 있는 것인가? 아니면 일반인 모두가 안마사 자격을 취득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인가?
사회적으로 매우 어려운 정책적 문제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충격적인 결정을 선고했다. 2006년 5월 25일 헌법재판소는, 시각장애인에 한하여 안마사 자격인정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안마사에관한규칙 관련규정은 위헌이라는 판단을 했다.
이 때문에 전국의 시각장애인 안마사들은 온통 난리가 났다. 현재 시각장애인 안마사들은 전국에서 5581명이 활동중이다. 지금까지 안마업계에서 독점적인 영업활동을 해왔어도 어려운 생활고에서 벗어날 수 없었는데, 앞도 잘 보이지 않고 기동력도 현저히 떨어지는 그들이 완전한 신체를 가진 일반인들과 안마업계에서 경쟁력을 갖기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문제의 본질은 과연 무엇인가? 이번에 헌법재판소는, 보건복지부령인 안마사에관한규칙 제3조 제1항 제1호와 제2호가 안마사의 자격인정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을 일정한 범위의 ‘앞을 보지 못하는’ 사람으로 한정함으로써, 시각장애인이 아닌 일반인으로 하여금 안마사 자격을 받을 수 없도록 하고 있는 것은, 일반인이 안마사 직업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를 원천적으로 제한하는 것으로서, 기본권 제한에 관한 법률유보원칙이나 과잉금지원칙에 위배하여 일반인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으므로 헌법에 위반된다는 취지다.
대법원판례에 의하면, 안마행위라 함은 사람의 건강증진이나 피로회복을 목적으로 손이나 특수한 기구로 몸을 주무르거나 누르거나 잡아당기거나 두드리거나 하는 등의 안마, 마사지 또는 지압 등 각종 수기요법과 이에 부수하여 간단한 전기기구 등을 사용하는 자극요법에 의하여 인체에 대한 물리적 시술을 하여 혈액의 순환을 촉진시킴으로써 뭉쳐진 근욕을 풀어주는 등에 이를 정도의 행위라고 정의된다(대법원 2001. 6. 1. 선고 2001도1568 판결).
원래 안마사제도는 1912년 3월 27일 조선총독부 제생원 관제에 의해 설치된 경생제생원(국립서울맹학교의 전신)에서 시각장애인들에게 침술과 안마술 교육을 실시한 것이 시초다. 지금으로부터 94년 전에 우리 사회에서 시각장애인들에 대한 특별교육을 실시하고 있었다니 놀라운 일이다.
그후 1914년 10월 29일 조선총독부 경무총감부령 제10호 안마술, 침술, 구술영업취체규칙에서 안마사의 자격제도를 마련하여 시각장애인에게 적합한 직종으로 육성하였다. 이러한 오랜 연원을 가지고 출발한 안마사제도는 국민의료법, 의료법 규정을 통해 현재에 이르기까지 시각장애인에 대한 독점적 자격을 부여하여 왔다.
이와 같은 오랜 안마사제도의 시행 역사에서도 알 수 있는 바와 같이 일반인들의 인식에도 안마사는 원칙적으로 시각장애인에게 허용되는 업종이라는 법의식이 형성되어 왔다. 시각장애인들도 안마사업은 원칙적으로 자신들에게 허가되는 업종이라고 여겨 그에 관한 정부정책에 대해 신뢰를 형성해 왔다.
또한 시각장애인의 경우에는 안마사 이외에 다른 직업을 가지기 어려운 반면, 시각장애인 아닌 일반인들은 안마사 자격대상에서 배제되더라도 다른 직업을 얻을 수 있으므로, 시각장애인 아닌 자들의 안마사업에 대한 직업선택의 자유권을 보호하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만큼 시각장애인들의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보장해 주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
이러한 국가사회적 이념에 따라 시각장애인들에 대한 우대조치를 취하는 것이 헌법 제34조에 의해 선언된 사회국가원리에 따라 장애인들을 특별히 보호해야 할 국가의 의무를 이행하는 것이 된다.
정부는 시각장애인의 직업영역을 확대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아직 시각장애인의 다양한 직업활동은 극히 미흡한 상태이고, 시각장애인을 위한 특수학교 및 직업훈련기관 등에서도 안마업 이외의 직종에 대한 훈련을 실시하기 어려우며, 또 훈련 후 취업을 시키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최근 스포츠 마사지, 건강관리사, 운동처방사, 경락마사지사, 생활건강관리사, 발관리사, 카이로프렉틱사 등의 유사의료행위 내지 유사안마행위가 범람하고 있는데, 이들을 모두 합법화시키게 되면, 국민들의 건강을 무면허의료인에게 맡기는 범위가 넓어져 국가의 의료정책에도 반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헌법재판소가 내린 결정은, 아직 우리사회의 우울한 현실, 시각장애인을 비롯한 장애인들에 대한 국가의 실질적인 복지정책이 실현되지 못하고 있는 절망감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헌법이념의 형식논리에 집착하여 내린 결론처럼 보인다. 그 때문에 시각장애인을 비롯한 일반 국민들은 더욱 그 결론에 승복하지 못하고 있다.
안마사 자격인정에 있어서 비맹제외기준은, 헌법 제34조 제5항의 신체장애자에 대한 국가의 보호, 장애인복지시책 등에 근거를 두고 일반인에 비해 취업상 극히 불리한 처비에 놓인 시각장애인을 보호하고, 생계를 보장하기 위한 제도로서, 입법목적의 정당성도 인정된다.
그리고 시각장애인의 신체적 조건 및 전문적 기술 등을 고려하여 이들에게만 안마사 자격을 허용하는 것은 필요하고도 적합한 수단에 해당한다.
일반인들은 안마사 자격인정 대상에서 배제되더라도 다른 직업을 선택하여 생계를 유지하는 것이 가능하고, 만약 안마 등의 직종에서 일하기를 원할 경우 일련의 수련과정과 시험을 거쳐 물리치료사 자격을 취득하고 그 분야에서 종사할 수 있어 피해의 최소성에도 반하지 않는다.
안마사제도는 시각장애인의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해 주어야 하는 공익이 월등이 우선하는 것이므로, 비시각장애인인 일반인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어느 정도 제한하는 것은, 법익의 균형성에도 반하지 않는다.
지난 2004년 수도가 서울이라는 관습헌법을 인정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커다란 파문을 일으켰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안마사는 시각장애인들이 100년 가까이 해왔고, 사회적으로 극히 소수에 불과한 시각장애인들의 불우한 처지를 고려하여 최소한의 생활수단으로 허용해 왔던 사회적 인식을 하루 아침에 배척하려는 혁명적 판단을 내렸다.
더군다나 불과 3년전인 2003년 6월 26일에는 이번 결정과 정반대되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헌법 해석에 대한 결론이 이처럼 불과 3년 만에 180도 바뀔 수 있다는 현실에 대해서도 많은 사람들이 의아해 한다.
나는 가끔 남산순환도로를 걸으면서 하얀 지팡이에 의지해 길을 걷는 많은 시각장애인들을 만난다. 그들은 아무 힘도 없고, 오로지 지팡이 하나만에 의지하면서 끝없는 고난의 길을 걷고 있었다.
남들은 건강을 위해 마라톤을 하고 있는 같은 길에서 그들은 오로지 넘어지지 않고 다치지 않기를 소망하면서 아주 느린 속도로 걸어가고 있었다.
그들의 유일한 생계수단인 안마사 영역에 정상적인 눈을 가지고 밝은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그들과 경쟁을 하지 못하게 했다고 해서, 헌법상 보장된 일반인들의 직업선택의 자유가 얼마나 침해되었고, 그러한 기본권침해의 강도가 지나치게 커서 법익의 균형성을 상실했다고 볼 수 있는 것인지 이번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이해하기 어렵다.
우리 사회가 보다 전향적으로 장애인들에 대한 편견을 시정하고, 그들에 대한 복지국가적 정책의 실천과 생활지원예산 등을 확대해 나가면서 상황을 보아 안마사제도의 위헌여부를 신중하게 판단했어야 하지 않았을까?
정부에서는 현재 시점에서 하루 빨리 시각장애인들에 대한 적극적인 사회복지정책을 마련하여, 일반인들과 안마사 직역에서 경쟁력이 떨어져 생계에 곤란을 겪게 되는 사람들을 위한 문제해결책을 수립하도록 해야 한다.
나아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장애인 전반에 걸친 복지정책을 재검토하여 부족한 부분이 없도록 최선의 노력을 하여야 할 것이다. 심청의 아버지도 한 사람의 지극한 정성으로 눈을 떴는데, 국민 모두와 정부가 합심하여 성의를 보이면, 얼마 되지 않는 시각장애인들의 앞날에 희망이 보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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