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울한 옥살이는 우리 사회 도처에서 일어나고 있다. 경찰서 유치장이나 교도소에는 수 많은 사람들이 수감돼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피해자나 고소인의 진술이 사건에 있어서 유죄를 입증하는 결정적인 증거가 되기 때문이다.
피해자의 입장에서는 의도적으로 범죄에 대한 진술을 허위 또는 부풀려 진술하는 경우가 많다. 아니면, 착오로 범인을 잘못 알거나 범죄의 정황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대개의 범죄는 순간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범죄를 당할 것이라고 전혀 예상하지 못하고 있던 피해자는 범행 당시의 상황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있거나 기억하고 있기가 힘들다.
폭행사건의 경우, 술에 취한 상태에서 여러 사람에게 폭행을 당했다고 하면, 가해자 A가 어느 부위를 어떻게 폭행했는지, 가해자 B나 C는 또 어떻게 했는지, D는 옆에서 싸움을 말리기만 했는지, 아니면 때리기도 했는지 등등을 정확하게 알지도 못할뿐 아니라 오랜 시간이 지난 후 자세하게 기억하고 있을 수도 없다.
맞아서 흥분된 상태고, 가해자들에 대한 분노가 치솟은 상황에서 피해자는 아무렇게나 진술을 한다. 그러면 가해자들이 실제 때린 것은 그렇지 않더라도 피해자의 진술과 진단서만에 의해 처벌되는 것이 현실이다.
사기사건의 경우에도 사기범인(피고소인)과 피해자(고소인) 사이에서 있었던 여러 가지 말과 행동들에 대해 고소인이 진술하면 형사소송법상 증거로서 증거능력이 있고, 피고소인이 진술하면 사기범죄를 자백하지 않는 한 부인으로서 아무런 법적 가치가 없게 된다. 자백을 하면 그건 증거의 여왕이 된다. 매우 아이로니칼한 문제다.
많은 경우 고소인들은 허위사실이나 과장된 사실로 억울한 사기범을 만들어내고 있다. 그것은 무고죄나 위증죄로 처벌받는 사람들이 다른 나라에 비해 월등히 많은 점과, 사기죄로 고소한 사건 중 대부분이 무혐의 처리되고 있는 현실을 보면 알 수 있다.
성범죄도 마찬가지다. 물론 성범죄는 엄벌해야 하고, 피해자들은 철저하게 보호해야 하지만, 순간적으로 당하는 성폭행사건에 있어서 피해자들의 피해진술은 사람이기 때문에, 더군다나 법률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사실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경황이 없어 착각을 일으키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강간을 당하는 사람은 자포자기 상태에서 눈을 감고 있지, 나중에 법률적인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눈을 똑 바로 뜨고 강간범을 주시해야 한다는 것은 전혀 기대가능성이 없는 말이다.
형사소송법은 형사재판에 있어 유죄를 선고하기 위해서는 확실한 증거를 요구하고 있고, 법관의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수 있을 정도의 충분한 입증이 없으면 무죄를 선고해야 한다고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사건이 너무 많아 업무부담이 과중한 상태에서 수사나 재판을 담당하고 있는 사람들로서, 개별적인 사건에서 피해자나 고소인, 기타 참고인들의 진술을 하나씩 분석하여 신빙성을 판단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이런 상황에서 피해자나 고소인, 참고인들의 진술만에 의존해 수사나 재판을 하게 되는 현실에서는 정말 억울하게, 아니면 자신이 실제로 한 행위보다 훨씬 무겁게 처벌을 받을 위험이 매우 높다.
강도 및 강제추행 혐의로 구속되었다가 뒤늦게 범인이 아닌 것으로 밝혀져 23일만에 풀려난 어느 택시기사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피해자들이 고의적으로 허위진술한 것은 아닐 것이고, 밤에 순간적으로 피해를 당해 정확하게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피해진술을 하고, 경찰로서는 그 말을 믿지 않을 수 없다 보면 이런 무서운 결과가 발생하는 것이다.
경찰관이나 검사 역시 인간으로서 한계가 있기 때문에 피해자가 범인으로 지목하여 틀림없이 성폭행을 했다고 하면, 아무도 없는 상황에서 단 둘이 있었던 사실에 대한 피해진술을 배척할 방법도 마땅치 않다. 거짓말탐지기 측정을 한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더우기 수사기관은 재판기관과 입장이 달라, 일응 범죄의 혐의가 인정되면 기소할 수밖에 없는 입장에 있다. 만일 불기소하면 피해자들이 가만있지 않는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피해자들의 진술의 신빙성, 뇌물사건에 있어서는 뇌물공여자의 뇌물공여사실에 대한 진술의 신빙성 등에 대한 사려깊은 검토와 증거가치에 대한 판단상의 고뇌가 부족한 것처럼 보인다. 그 결과 억울한 사람들이 범인으로 몰려 재판에 회부되고, 징역을 살며 죽을 때까지 커다란 상처를 안고 한을 남기게 된다. 그래서는 안 된다.
그러므로 형사사건에 있어서 수사나 재판을 담당하는 사람들로서는 형사사건을 처리하면서, 피해자나 고소인들의 진술에 대한 가치판단을 보다 신중하게 할 필요가 있다.
또한 이 사건에서 보듯이 피의자나 피고인들이 자신의 범행을 부인하고 있는 경우에는 보다 인간적인 자세에서 그들의 변명이 사실일 수 있다는 점에 대해 진지하게 경청하여야 한다. 억울한 사람들을 징역 보내는 것은 커다란 죄악이다.
그들에게 회복할 수 없는 인생의 오점을 찍게 하고, 억울한 옥살이로 인해 잃는 것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물론 어려운 일이지만, 국가에서 수사나 재판을 맡기는 것은 일반인과 다른 법률지식과 합리적인 판단능력이 있다고 인정했기 때문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상기할 필요가 있다.
수사기괸에서 허위진술을 한 사람과 법정에서 허위증언을 한 사람에 대한 처벌이 제대로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위증죄에 대한 처벌이 매우 미흡하고, 수사과정에서의 허위진술에 대한 법적 책임은 무고죄 이외에는 없는 상태이다.
이런 실정 때문에 억울하게 옥살이를 하는 사람들이 많이 생겨나고 있다. 법적 제도적인 보완책이 필요하고, 수사기관이나 재판기관에서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과 피의자 변명에 대한 진실성 확인을 보다 철저하게 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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