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말고사가 끝나고 1학기 종강을 했다. 요새는 채점 때문에 바쁘다. 애써 공부하고 열심히 답안을 쓴 학생들을 생각하면 채점이 얼마나 중요한지 모른다.

 

내가 대학교 다닐 때에, 그리고 사법시험을 볼 때, 연수원 다닐 때에 내가 쓴 답안지를 채점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성의를 가지고 보았을까 생각해 본다. 그때는 채점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잘 생각해 보았더라면 더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반성도 해 본다.

 

실제로 채점을 하는 일은 힘이 들고 재미 없는 일이다. 비슷비슷한 내용을 반복해서 읽고 평가한다는 건 지루하고 무척 힘이 든다. 그러나 그 중요성을 생각하면 좀 더 성의를 가지고 답안을 보아야 한다는 생각을 해 본다.

 

그리고 학생들이 내가 했던 강의를 어느 정도 이해했었는지, 얼마나 열심히 공부를 했었는지를 파악할 수있는 좋은 자료가 된다. 다음 강의를 위해서도 많은 참고가 될 것이다.

 

채점을 하고 있는 시간에 어느 학생에게서 이메일상담이 왔다. 그 상담 내용을 여기 적어보았다.

 

000 학생에게!

바쁠 때에는 이메일 상담이 편리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하고 싶은 말을 편하게 할 수 있어 장점도 있습니다. 물론 충분한 대화를 못하는 것이 단점이기는 합니다.

 

1. 많은 학생들이 3학년 들어서 본격적으로 사법시험 등 국가고시를 준비합니다. 왜냐하면 1학년은 입학해서 대학분위기를 익히다 보면 그냥 지나가고, 2학년 때는 조금 법공부를 하고 학점을 따는 데 급급하면서 사회에 대해 배우다 보면 또 그냥 지나가기 때문입니다. 나도 그렇게 대학 생활 1, 2학년을 보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3학년이 되었고, 1학기도 지나갔기 때문에 시험을 준비하려면 지금부터 본격적으로 시작을 해야 하고, 아주 전념을 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장단기 목표를 세워야 합니다. 앞으로 2년 동안은 만사 제쳐놓고 시험공부를 하겠다는 각오를 가져야 합니다.

 

다음에, 공부하는 데 필요한 책을 제대로 선정해서 집중해야 합니다. 시험은 시험답게 준비해야 합니다. 1차시험에 필요한 책을 최소한 압축하고, 속독과 정독을 병행하면서, 책의 내용을 제대로 이해해야 합니다. 중간 중간 지루하지 않게 객관식 문제집을 풀어보면서, 공부하고 있는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어느 정도 실력이 늘고 있는지 체크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하면 된다는 자신감을 갖도록 해야 합니다. 우리 법대생들은 매우 우수합니다. 어려운 고등학교 교과과정을 제대로 소화시킨 기초실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2년 내지 3년 안에 시험에 붙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생활을 단순화시킨 다음 집중하십시요. 그러면 충분히 사법시험에 합격할 수 있습니다. 많은 학생들이 이런 과정으로 시험에 붙고 있습니다.

 

2. 법학이란 매우 다양합니다. 국가와 사회를 규율하는데 필요하고, 사회정의를 바로 세우며, 다양한 분쟁을 해결하는 수단이기도 합니다. 법을 공부해서 법률가가 되면 여러 분야에서 사회에 봉사할 수 있습니다. 물론 중요한 직업이기도 하고요.

 

무정부상태가 아닌 이상, 국가와 사회에는 반드시 법이 필요하고, 그 법을 전문적으로 다룰 법률가 역시 반드시 필요합니다. 법률을 전공해서 법을 집행하는 실무가가 될 수도 있고, 법을 이론적으로 연구해서 발전시킬 법학자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법을 제대로 공부하면 법률가, 법학자가 되지 않아도 사회생활에 있어 많은 도움이 됩니다. 일상의 재산상 거래, 상속 이혼 등 가사문제, 노동문제, 형사문제 등에 있어서 법률상식을 배우면 평생 자신이나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일부 잘못된 법률가나 부정적인 사회현상 때문에 너무 법에 대한 비관적인 견해를 갖지 않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좀 더 긍정적인 자세로 법과 법률가, 법학자에 대한 인식을 가지고, 지금까지 법률공부를 해왔으니, 졸업할 때까지 흔들리지 않고 열심히 법률공부를 해보는 것이 어떨까 싶습니다.

 

나름대로 질문에 대한 답변을 정리해보았습니다.

앞으로 공부하다가 궁금한 사항이 있으면 이런 방식으로 질문을 해주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다음은 학생이 보낸 상담요청사항이다.



  교수님 이메일 상담을 이용합니다^^

  제가 궁금한 점을 적으면 되는 건가요? ㅎㅎ

  처음 해보는 거라 좀 어색하고 재밌네요.^^;; 

  1. 저는 이제 3학년이라 본격적으로 진로에 관해 고민해보고 있습니다.

     고시를 준비하려고 하는데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먼저 마음가짐과 어떤 생활 태도로 준비를 하면 좋을지,

    그리고 방법론적으로  좀 알려주셨으면 좋겠어요^^   

  2. 교수님께서 생각하시는 법학이란 무엇인가에 대해서 궁금합니다.

      저는 제가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 제가 과연 이 공부를 통해 어떤 일을 할 수 있을지

      그런 것에 대해 요새 고민이 좀 많거든요.^_^; 

  우선 이 두가지 질문..^^ 드리고 싶습니다.

 이렇게 하는 게 맞는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_^

 부족한 제자에게 친절하게 답 메일 계속 보내주셔서 정말 감사하구요.,

 담번에는 꼭 얼굴 뵙고 싶습니다. 넘 죄송하고요^^

 승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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