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건을 맡아 요새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내가 직접 변호인참여를 하기로 했다. 보통 참여를 하면 10시간 정도는 보통이다. 최고 많은 시간은 17시간을 계속해서 참여하기도 했다. 조사를 받는 피의자의 옆에서 앉아 있으면서 조사과정을 지켜보고, 나중에 조서가 작성되면 진정성립을 인정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검사의 날카로운 질문이 계속되고, 피의자는 그에 대한 해명을 하느라고 진땀을 뺀다. 초라해진 피의자는 무척 피곤해 한다. 긴장한 상태에서 장시간 조사를 받다보면 정신은 혼미해지고 판단도 제대로 못하는 경우가 많다.
검사는 범죄를 밝히려고 무척 고생을 한다. 피의자는 억울한 누명을 벗기 위해 갖은 노력을 한다. 동일한 사물을 바라보는 사람들은 그 입장과 시각이 다를 경우 현저한 차이를 보여준다. 변호사의 입장에서 조사하는 과정, 조사받는 과정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너무 많은 것을 배우고 느끼게 된다.
오늘도 낮 1시경부터 들어가서 9시까지 8시간이나 참여를 했다. 공휴일도 잊고 지냈다. 밖에는 비가 가끔씩 내렸다. 서초동 청사에서 멀리 보이는 우면산이 조용히 누워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 앞에는 많은 변호사 사무실이 들어서 있다. 이른바 법조타운이다.
변호사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느껴본다. 조사받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변호사가 옆에 있으면 심리적으로 안정이 되고, 중간 중간 법적 조언도 받을 수 있다. 얼마나 답답하고 불안한 상태에 있을까? 그런 의미에서 내가 약간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다면 나는 그동안 법률공부를 한 보람을 조금이라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