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피고인에 대한 무죄판결


                                                                 가을사랑


같은 학교 친구를 흉기로 찔러 죽인 혐의로 구속되어 재판을 받던 고등학교 학생이 경찰 조사과정에서 가혹행위를 당한 사실이 인정돼 법원에서 무죄선고를 선고받고 풀려났다고 한다. 이 사건의 수사 및 재판진행상황을 돌이켜 보면 몇 가지 교훈이 있다.

 

첫째, 경찰이나 검찰과 같은 수사기관의 책임이 무겁다는 것이다. 아무리 민주사회를 자처하고 있고, 수사과정의 적법절차를 강조하고 있어도, 실제로 수사과정은 일반 국민에게 무섭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수사를 당해 본 사람은 그것을 육감적으로 느끼게 된다. 죄가 있던 없던 간에 조사를 받는 사람은 심리적으로 엄청나게 위축되어 있다. 수사관의 눈치를 보게 되고, 주눅이 들어 제대로 자기방어를 하지 못한다. 심리적으로 공황상태에 빠지게 되어, 제대로 기억도 해내지 못하고, 논리적으로 설명을 하지 못한다. 당황해서 불합리한 표정을 지어 수사관의 선입관을 더욱 강하게 굳히기도 한다.

 

그래서 경찰관이나 검사는 이러한 피의자의 심리상태나 의식을 고려해서 억울한 혐의를 씌우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해야 한다. 그것이 공익에 부합하는 직무집행의 태도다.

 

둘째, 수사기관은 살인죄와 같은 중한 범죄에 대한 수사에 있어서, 증거판단을 철저하고 신중하게 하여야 한다. 물론 현재도 그런 노력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으나, 특히 살인죄에 있어서는 피의자나 피해자 쌍방 모두에 미치는 영향이 심대하므로 더욱 주의를 기울여 증거를 수집하고, 그에 대한 법적 평가를 제대로 해야 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형사소송법의 대원칙인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라는 법언을 피의자에 대해서도 십분 적용해야 한다. 10명의 범인을 놓치더라도 한명의 억울한 사람을 범인으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민주국가의 이념이고 법원칙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런 의미에서는 수사과정에서 피의자에 대한 신병구속을 최대한 자제하고, 일단 혐의가 있다고 판단되어 구속했다고 하더라도 중간에 실제 범인이 아닐 수 있다는 의심이 들면 신병을 불구속으로 한 후 시간을 가지고 보다 철저한 수사를 계속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중한 범죄라 해서 무조건 구속하고, 구속된 이후에는 유죄의 선입관에 사로잡혀 아무리 억울하다고 변명을 해도 거짓말로 받아들이는 태도는 매우 위험하고 인권침해와 연결된다.

 

셋째, 법원도 형사사건의 재판에 있어서 실체적 진실을 발견하기 위한 노력을 철저하게 하여야 한다. 특히 살인사건의 경우, 유죄판결과 무죄판결의 경계는 그야말로 하늘과 땅의 차이다. 무죄판결을 선고하게 되면, 억울하게 죽은 피해자와 그 유가족은 어떻게 될 것인지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

 

그래서 정말 신중하게 증거판단을 하고, 무죄판결을 선고하는 경우에는 일반인이 납득할 수 있을 정도의 판결이유가 제시되어야 한다.

 

넷째, 재판과정에서 수사기관의 가혹행위나 고문 시비가 있는 경우, 검찰에서는 그 진상을 철저하게 조사하여 엄중한 조치를 해야 한다. 이제 우리 사회에서는 수사기관의 고문과 가혹행위는 정말 사라져야 할 때가 되었다.

 

수사관의 인식도 달라져야 한다. 공익을 위해 수사를 하지만, 국민의 기대가 무리하게 수사를 해서라도 피해 법익을 보호하고, 범인을 처벌하는 것을 바라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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