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경험


                                                     가을사랑


모든 첫경험에는 떨림이 있다. 막연한 설레임과 어느 정도의 불안감이 교차한다. 세상을 많이 살아도 항상 처음 겪게 되는 일이 있기 마련이다. 그런 일들은 우연히 생기거나 일부러 찾아 나서기 때문에 만나게 된다.


처음 경험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시간이 가고 경험이 반복되면서 짜릿한 맛은 사라진다. 결국 진부해지는 것이다. 첫경험을 할 때 느껴지는 새로운 감정을 기억 속에 담아 두는 일은 그래서 중요하다.


새벽에 일어나 준비를 서둔 다음 학교로 갔다. 오늘은 2007학년도 수시1학기 고사를 치루는 날이다. 8시까지 학교로 가야했다. 7시 10분경 집을 나섰다. 휴가철이라 동부간선도로가 별로 막히지 않았다. 그래서 7시 40분경에 거의 다 갔는데, 교문 앞에서 주차장까지 거의 20분이 걸렸다. 겨우 시간에 맞춰 4층에 있는 입시본부로 갔다. 처음 해 보는 시험감독이다. 자세한 설명을 들은 다음 배당된 고사실로 갔다. 부감독 선생님과 함께 시험감독을 하는 것이다. 70분, 90분, 70분 세 번에 걸쳐 시험이 치러졌다.

 

고등학교 선생님이신 부감독께서는 오랫동안 시험감독업무를 해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내가 잘 모르는 부분이 있으면 그때 그때 적절한 조치를 잘 해주셨다. 고마웠다. 공부와 관련해서 수 많은 시험이 있다. 그때마다 시험을 보기 위해서는 출제를 해야 하고, 감독을 하고, 채점을 해야 하는 노고가 따른다. 그것은 수업이나 강의 못지 않게 힘이 들고 시간이 들어간다. 그 노고를 지금까지 잘 모르고 있었다. 그런데 입장이 바뀌어 보니 그러한 노고가 얼마나 큰 것인지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중고등학교, 대학교, 각종 국가고시, 연수원 등등에서 강의와 평가는 되풀이되어 왔다. 나도 수업을 듣고 평가를 받아만 왔던 입장에서는 그런 이면의 장을 잘 몰랐다.   


학생들이 시험 보는 모습을 하루 종일 지켜볼 수 있었다. 그동안 열심히 공부한 실력을 발휘하는 시간이다. 모두들 긴장된 표정이었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는 그들의 모습이 무척 아름답게 느껴졌다. 나도 옛날에 오랫동안 저렇게 시험을 보아왔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니 또 과거 추억에 빠지게 되었다.


사실 공부란 평소에 하는 것이다. 평소에 열심히 한 학생과 열심히 하지 않은 학생은 시험을 보면 대체로 실력대로 평가가 된다. 물론 약간의 운도 따라야 하지만, 실력의 차이는 대개 그대로 시험에 반영된다고 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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