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에 성남지원에 갔다. 성남은 참 오랜만에 가보는 것 같았다. 법원 올라가는 길이 가파르게 되어 있다. 도착하니 9시였다. 생각보다 시간은 별로 걸리지 않았다. 휴게실에서 커피를 한 잔 마셨다. 법정에서 일을 보고 나왔다.
나오는 길에 경매법정에 구경을 갔다. 사람들이 꽤 많았다. 법원에서 경매부동산을 사려는 사람들이다. 입구에서 경매지를 파는 사람들도 몇 사람 있었다. 경매란 빚을 갚지 못해 채무자의 부동산이 법원에 의해 강제로 매각되는 것이다. 경매를 당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피가 나고 눈물이 맺히는 일이다. 경매를 사는 사람은 좋은 부동산을 싸게 사는 맛에 경매물건을 찾는다. 서로가 눈치를 보면서 조금이라도 싸게 사려고 노력한다. 모두 눈치가 빠른 사람들처럼 보였다. 그곳에서 살아남으려면 얼마나 눈치 코치를 익혀야 할까 싶었다.
K 집행관을 만났다. 오랜만에 얼굴을 본다. 옛날 생각이 났다. 벌써 20년이 넘게 흘러갔다. 서소문 청사 시절에 함께 근무했던 K도 많이 나이들어 보였다. 세월이 빠르다는 사실을 새삼 느껴본다. 본격적인 휴가철이 시작되었다.
정문을 나서려고 하는 데, 어떤 부부가 서로 싸우고 있다. 부부가 이혼재판을 하고 있는 눈치였다. 옆에는 초등학교 학생으로 보이는 남자 아이들 두명이 엄마와 아빠가 싸우는 것을 안타깝게 지켜보고 있었다. 여자는 남자에게 욕을 하면서 앞서가는 것을 붇잡았다. 남자는 왜 참견이냐는 태도다. 부부가 살다가 무슨 사연인지는 모르지만, 저렇게 되어 법원에 드나들고, 그렇게 싸우고, 아이들은 가슴에 못을 박게 된다. 얼마나 안 된 일인가? 서로가 노력해야 한다. 서로가 불쌍한 인간임을 인정하고 잘못을 용서해 주자. 그리고 결점을 어루만져 주자. 감싸주면서 서로가 위로하면서 살아가자. 짧은 인생, 이렇게 살던, 저렇게 살던 다 똑 같이 죽어갈텐 데, 그 짧은 삶에서 왜 그렇게 많은 상처를 주고, 슬픔을 주는가?
나는 갑자기 마음이 뭉클해졌다. 나 때문에 상처받고 있는 사람들이 없는가 되돌아보았다. 오랜 장마끝에 햇살은 따가웠다. 하늘은 맑은 구름이 두둥실 떠다니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