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는 우리에게 어떤 존재일까?

 

강아지는 매우 특별한 존재이다. 그것은 강아지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키워본 적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운 개념이다.

 

나도 강아지를 처음 키워보았다. 그 전에는 강아지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단순히 라는 동물로서만 바라보았고, 사람들이 보신탕을 먹는 것을 보고도 심각한 거부반응을 보이지도 않았다.

 

나는 어렸을 때 집에서 닭과 토끼를 많이 키웠다. 나 혼자 키운 것은 아니고, 부모님들과 할머니께서 키우는 것을 어린 나이에 토끼풀과 칡을 뜯어다가 주는 것을 도왔다.

 

꽤 오래 키웠는데,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닭에게는 별다는 정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러나 토끼는 달랐다. 우선 귀여웠다. 하얀 털과 하는 행동, 그리고 붉은 눈이 귀여웠다. 순하고 착한 모습이 그대로 마음에 와닿았다.

 

토끼는 30마리, 닭은 50마리 정도를 키웠다. 집에서는 가끔 키우던 닭을 잡아먹었다. 달걀은 물론 많이 먹었다. 토끼는 옆집에서 가져다가 그 집에서 잡아먹도록 했다. 나는 토끼고기는 무서워서 절대로 먹지 않았다.

 

그러나 내가 강아지를 오래 키워보다 보니 강아지는 정말 달랐다. 너무 정이 들었다. 더군다나 엄마는 24시간 같이 붙어있다보니 강아지는 엄마의 분신이었다. 일심동체이었다.

 

강아지는 우리의 말을 모두 알아듣는다. 우리가 싫어하는 행동은 하지 않는다. 무조건 우리만 따르고, 낯선 사람은 경계하고, 온 시선을 우리에게만 집중하다. 우리를 지켜주려고 짖는다.

 

우리는 강아지를 보호하고 걱정하고, 동고동락한다. 함께 병원에도 다닌다. 운동도 같이 하고, 여행도 같이 한다.

 

두 마리의 강아지 가운에 하나가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그 슬픔과 죄책감, 상실로 인한 허망함과 아픔은 정말 상상을 초월했다. 말로 설명할 수 없었다. 눈물은 흐르고, 울고, 아프고, 슬펐다.

 

강아지의 죽음에 조금이라도 관계가 있는 사람들은 미웠다. 그들을 원망했다. 그리고 우리들이 강아지를 지켜주지 못한 것에 대한 한없는 죄책감에 시달렸다.

 

그러면서 강아지가 보고 싶었다. 강아지가 있던 빈 자리를 보면 너무 가슴 아팠다. 우리가 강아지와 쌓은 추억은 너무 많다. 어디를 가든, 강아지가 함께 했던 기억 때문에 우울하고 슬퍼지고, 그러면서 강아지가 보고 싶었다. 너무 보고 싶다.

 

주변 사람들은 정말 이해하지 못한다.

그까짓 강아지 때문에 그렇게 슬퍼하느냐?”

 

처음에는 슬퍼할 수 있지만, 그렇게 오랫 동안 슬픔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어떻게 하느냐?”

 

남아 있는 강아지도 외롭고 떠난 강아지를 잃어서 이상 징후를 보이니까 남은 강아지에 집중하라.”

 

자꾸 울면 면역력이 떨어지고 우울증에 걸리니까 안 된다.”

 

다른 강아지를 새로 데려와라.”

 

떠난 강아지에 대한 좋은 추억만 남기고, 빨리 잊어버려라.”

 

강아지 때문에 자꾸 그러면 어리석은 사람이라고 손가락질을 받는다.”

 

팔자가 편해서 그렇지, 먹고 살기 어려워봐라. 강아지 때문에 그렇게 오래 울고 있겠느냐?”

 

지금 코로나가 무서운 상황인데, 강아지는 빨리 잊어버리고 건강이나 챙겨라.” 등등의 잔소리나 어드바이스를 한다.

 

하지만 이런 사람들의 말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고, 거꾸로 우리를 기분 나쁘게 만들 뿐이다.

 

그래서 나는 “pet loss”에 대해 공부하기 시작했다. 지난 9월까지만 해도 나는 “pet loss”라는 영어 용어 자체도 모르고 있었다.

 

강아지가 죽었을 때” “주인은 어떻게 하여야 하는가?” “강아지와 사람의 유대관계, 애착관계” “무지개 다리의 의미등에 대해 본격적으로 공부하기 시작했다.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영어로 된 자료가 너무 많았다. 많은 학자, 전문가들이 책도 써놓았고, 칼럼도 써놓았다. 강아지를 상실한 사람들의 모임도 많았고, 강아지를 상실한 사람들의 심리를 치료하고 상담해주는 기관도 많았다.

 

지금 내가 쓰고 있는 강아지와 사람의 유대관계는 나 자신과 우리 가족을 위해 쓰는 것이다. 벌써 54회나 썼다. 먼저 우리가 알아야 하고, 우리 자신을 치유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리 이런 노력을 해도 강아지 때문에 겪는 슬픔과 아픔, 상실감, 죄책감은 시간이 가도 조금도 약해지거나 가벼워지지 않는 것같다. 그만큼 강아지가 우리에게는 너무 큰 존재였고, 우리에게 그렇게 커다란 행복과 기쁨을 주었던 존재였다는 사실이 놀라울 뿐이다.

 

나는 떠난 강아지에게 보내는 편지를 계속해서 쓰고 있다. 이 카페에 모두 올리고 있는 중이다. 모두 나를 위로해주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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