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대한건축사협회 자문변호사로서 활동하면서 수많은 건축사를 만나 직무상 부딪히는 애로사항을 듣고 상의하고 있다. 2003년부터 시작된 인연은 벌써 14년이나 되었다. 세월이 참 빠르다는 생각이 든다.
건축사가 담당하는 주된 업무는 설계와 감리다. 설계업무는 고도의 지식과 경험이 필요한 전문가 영역에 속한다. 현대사회에서는 건축물의 초고층화, 대규모 단지화, 복합적인 기능의 필요성 등으로 인해 설계회사가 대형화되고, 여러 분야 전문가가 팀을 이루어 설계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감리업무도 종래 소박한 건축법에 의한 감리에서 더 나아가 주택법, 건설기술진흥법, 건설산업기본법 등에 의한 설계감리, 시공감리, 책임감리 등으로 세분화되고 있다. 이 때문에 전문분야별로 감리전문회사가 본격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와 같은 사회적 추세 때문에 건축사업계도 빈익빈 부익부의 격차가 심화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날이 갈수록 건축사업무의 공공성이 강조되고 있어, 설계와 감리에 대한 책임은 강화되고 추세다.
이런 현상은 비단 건축사뿐만 아니라 변호사, 의사, 공인회계사 등 대부분의 전문가 영역에서 비슷하게 진행되고 있다. 과거와 달리 각 분야의 전문가가 과다하게 양산되고 있어 경쟁이 치열해지고, 정부에서는 전문가에 대한 책임불이행에 대해 엄격하게 법집행을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형건축물의 붕괴, 상가건물의 화재로 인한 인명사고가 발생하는 경우 정부에서는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대책으로 시공사에 대한 감독강화뿐 아니라 설계감리자에 대해 무거운 책임을 부과하는 방향으로 개선방안을 발표하는 것이 상례다.
그 이유는 건축물에 대한 안전사고를 철저하게 예방하기 위해서는 시공사뿐 아니라, 설계자 감리자, 건축주 등이 모두 자신의 분야에서 철저하게 업무를 수행하고 안전관리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설계감리에 대한 책임은 점점 무거워지는 반면, 건축사가 받아야 할 설계감리용역비는 업계의 출혈경쟁으로 인해 금액이 인하되고 있다. 그리고 정해진 용역비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건축사는 때로 설계감리업무와 관련하여 민사재판에 휘말려 들거나 수사를 받기고 하고, 징계처분을 받기도 한다.
감리자는 원칙적으로 법령에 따라 성실하게 감리업무를 수행하면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다. 그러나 건축과 관련하여 분쟁이 생기거나, 하자가 발생하는 경우 또는 안전사고가 발생하는 때에는 감리자에 대해 책임이 추궁된다.
감리자가 책임을 지지 않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다시 말하면, 감리자의 책임이 면제되기 위한 조건은 무엇인가를 정확하게 알고 있어야 한다. 여기에서는 감리자가 업무를 수행하면서 민사, 형사, 징계처분 등을 받지 않기 위하여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중점적으로 검토하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