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은 병이다

 

노을이 진다. 강변에 서서 지는 해를 바라본다. 너의 얼굴이 피어오른다. 연한 미소를 띠고, 나에게 다가온다.

 

너 때문에 아팠다. 너 때문에 슬펐다. 하지만 남은 건 갈매기의 공허한 날갯짓뿐, 너는 없었다. 너의 그림자조차 희미해졌다.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건 병이다. 지독한 열병이다. 만날 수 없고, 안을 수 없고, 그래서 그리움만 쌓인다. 그래서 조선시대 개성에 살던 황진이도 이런 심정을 노래한다.

 

<그리워라, 만날 길은 꿈길밖에 없는데

내가 님 찾아 떠났을 때 님은 나를 찾아왔네

바라거니, 언제일까 다음 날 밤 꿈에는

같이 떠나 오가는 길에서 만나기를>

- 황진이, 相思夢(상사몽) -

 

! 현실에서는 불가능하지만, 꿈속에서는 가능하다. 님은 꿈속에서 보였다. 아주 확실하게 나타났다. 꿈속에서 나는 그가 내 님인 것을 확인하다.

 

나의 심장까지 파고든 사람

그대 향해 가는 길 험난할 걸 알기에

외면하려고 몸부림쳤지만

아프니까 사랑인거겠죠

- 민경훈, 아프니까 사랑이죠, 가사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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