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없는 시간
'네가 없다면’ 이 말은 너라는 존재를 전제로 한다. 대상이 되는 네가 있기 때문에, ‘만일 네가 없으면 어떻게 될까?’라는 조건문이 성립될 수 있다.
여기에서 ‘너(You)'는 매우 소중한 가치다. 소중하기 때문에 네가 없는 것이 문제 된다. 소중하지 않다면 네가 없어도 아무 문제가 없다. 더 이상 거론할 필요조차 없다.
‘너는 무엇인가?’ 어느 날, 문득 내게 나타나 강한 인상을 심어주었던 사람, 그 사람 때문에 내 마음이 동했고, 가슴 한 구석에 오랜 시간 남아 있었던 사람. 그래서 그 사람은 바로 나에게 ‘너’가 되었다.
‘너 때문에’ 무척 좋았었다. 함께 대화를 나누고, 함께 차를 마시던 시간, 나는 작은 행복을 느꼈다. 그 행복이 비록 크지 않았어도, 영원히 계속될 것이 아니었어도, 나는 즐거웠다. 서로 맞는 부분이 너무 많았으므로, 아무 조건이나 이해관계 없이 함께 있는 시간이 좋았으므로, 나는 너를 사랑이라고 믿었다.
그런 사랑이 떠났다. 아니 실종되었다. 마치 허공으로 사라진 연처럼 보이지 않았다. 나는 믿는다. 그것이 사랑이 아니었음을, 혼자 사랑이라고 잘못 생각하고 있었던 허상이었음을, 다시는 내게 나타나지 않을 부재라는 사실을 안다.
그렇지만, 비록 짧은 시간이었어도 내게는 소중했던 사람이었다. 오랫동안 잊혀지지 않을 아름다운 미소였고, 작은 위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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