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 흐르는 강

아무 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학교를 다니고 사회생활을 했다.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왔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되돌아보면 나의 삶은 언제나 미흡하고 후회스럽고 안타까운 면이 너무 많다. 처음부터 어떤 목표를 설정해놓고 살아온 것도 아니다.

망망대해를 보면서 바닷가에서 출발하는 작은 배 같았다. 시선은 앞을 향하고 있었지만, 작은 노를 젓고 바람을 맞으면서 항해를 해야 했다. 중간 중간 많은 세상을 먼 거리에서 볼 수 있었다. 가끔은 작은 섬에 들러 일시 머물기도 했다.

때로는 사막 같은 황량한 곳에서 오아시스를 찾아 헤매기도 했다. 하지만 내 삶에는 언제나 태양이 비추었고, 달빛이 은은하게 감싸주었다. 나는 그것이 눈물이 나도록 고마웠다.

시간이 갈수록 나를 중심으로 가정이 형성되었고, 일터가 마련되었고, 많은 사람들과 교차하면서 태양계처럼 소규모의 커뮤니티를 형성해왔다. 그러면서 나는 실존의 고독에서 벗어날 수 있었고, 소통과 공유를 통해 안전한 공존을 유지할 수 있었다.

돌이켜보면 지금까지 살아온 길에는 수많은 인간관계가 들판에 쌓인 눈처럼 깔려있다. 그 사람들을 하나씩 떠올려본다. 그 사람들 때문에 웃고 울었다. 그리고 행복했고, 불행했다.

그들은 내 삶의 많은 부분을 채워주었고, 결국은 그것이 내 인생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얼마나 이기적으로 살아왔든가? 얼마나 자기중심적으로 편협한 사고와 행동을 해왔든가? 왜 다른 사람에 대해 배려를 하지 못했든가? 이런 많은 질문을 나 자신에게 던져보고, 나는 아무런 답을 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시작했다. 더 나이가 들기 전에, 뇌세포가 줄어들기 전에 아름답고 의미 있는 일에 대한 느낌을 생생하게 기록하고 싶었다. 한번쯤 중간 단계에서 지금까지 살아왔던 삶에 대한 나름대로의 평가를 할 필요도 느꼈다.

과연 올바르게 살아온 것인가? 무엇이 잘못되었고 무엇이 잘된 것인가? 내 삶의 여백은 무엇으로 채색되었든가? 앞으로 무엇을 더 해야 할 것인가?

한 개인의 역사는 한 나라의 역사 못지않게 소중하다. 역사는 진실이 담보되어야 한다. 거짓으로 치장하거나 과장되어서는 안 된다. 나는 모든 것을 솔직하게 털어놓는 고해성사와 같은 글을 쓰려고 한다.

너무 부끄러워 공개하고 싶지 않은 부분은 아예 올리지 않을 생각이다. 그런 부분은 내놓을 수 없는 개인적인 비밀일 수밖에 없다. 이 글은 오직 나만을 위한 글이다. 그리고 나만이 읽을 가치가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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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이 흐르는 강>

가만히 자리에 누워 빗소리를 듣는다. 장마로 인한 피해만 없으면 비는 자연이 주는 축복이다. 나무와 풀과 채소를 생각하면 물은 생명을 지탱해 주는 으뜸이기 때문이다.

나는 한동안 빗소리에 빠져 있었다. 몸을 움직이지 않고 그냥 빗소리를 듣고 있었다. 내가 지금까지 살아온 여정을 되돌아보았다. 비는 어떤 때는 가늘게 내리다가 어떤 때는 세차게 내렸다. 그때마다 빗소리는 전혀 달랐다. 그에 따라 내 감성도 달라졌다. 평온하기도 하고, 격해지기도 하고, 무감각해지기도 했다.

비는 강물 위에도 똑 같이 떨어지고 있다. 강물은 수 없이 많은 빗물로 이루어져 흐르고 있었다. 밤이 되면 빗물 뿐 아니라 하늘에서 별도 떨어졌다. 하늘 나라에서 아름답게 반짝이는 별들이 강에 들어왔다. 그리고 강물과 함께 흐르고 있었다. 강물은 그래서 빛났다.

별과 함께 흐르는 강물은 언젠가 넓은 바다와 만날 것이다. 거기에는 수 없이 많은 별들과 아름다운 꿈들이 넘실댈 것이다. 바다 속에는 고래와 상어, 은빛 고기들이 자연의 질서를 이루고 있을 것이다.

아주 우연한 기회에 마음이 통하는 지인의 말에 용기를 얻었다. 내가 지금까지 살아 온 과거를 정리하는 일을 해보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것이었다. 더 이상 기억에서 사라지기 전에, 한번쯤 글로 남기는 것은 의미기 았을 것이다.

어떻게 살아 왔는지 되돌아보고, 그걸 기초로 앞으로 남은 인생의 여정에 대한 방향을 잡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부끄러운 일도 있을 것이고, 공개하고 싶지 않은 부분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대체로 나는 잘못한 부분은 솔직히 인정하고 창피한 부분 역시 다른 사람들도 그런 부분을 가지고 살아갈 거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별로 개의치 않기로 했다.

혹여 내가 잘났다고 떠드는 것처럼 오해될 부분이 있으면 결코 그런 의도는 없다는 것에 대하여 미리 양해를 구하고 싶다. 별로 많은 사람들이 읽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도 바라지도 않지만, 단 몇 사람이 읽을 기회를 갖더라도 마찬가지다.

나는 아주 평범하게 다른 사람들이 하는 정도의 노력을 하면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이다. 특별히 부각되는 부분이 보인다면 그건 내 노력의 성과가 아니라, 나를 지켜주시는 하나님의 은총의 결과다.

그래서 시작했다. '별이 흐르는 강' 은 그렇게 시작됐다. 아주 오래된 일을 새삼스럽게 정리하다 보니 잘 기억이 나지 않는 부분이 많다. 까마득하게 잊어버리고 있던 일들도 많았다.

자료를 찾기도 어려워 정확한 사실과 날짜, 장소, 이름 등이 애매한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가급적 정확한 기억 하에 아주 정확한 사실을 찾아내려고 노력하고 있다.

비가 많이 내릴 땐 먼 곳에 있는 사물이 보이지 않는다. 안개가 자욱할 땐 바로 앞에 있는 나무도 보이지 않는다. 비와 안개는 물로 구성되어 있다. 사물을 가리는 것이 아니라 사물과 사물 사이의 빈 공간을 물과 수증기로 채워주고 있는 것에 불과하다.

물은 생명이다. 생명이 존재와 존재 사이를 채워주고 있는 것이라면, 단순히 일시적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불평할 일이 아니다.

지금 멀리 떨어져 서로를 걱정하고 있을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두 사람 사이에는 비록 끊임이 있어도 물과 공기로 연결되어 있다. 단지 보이지 않을 뿐이다. 그 두 사람은 생명인 사랑의 물로 채워져 있음을 믿어야 한다. 그게 유일한 믿음이고 생명이며 사랑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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